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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 프리즘]마라톤 소통 즐기는 인도 CEO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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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 프리즘]마라톤 소통 즐기는 인도 CEO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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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스포츠 약체 국가다. 인구는 12억이나 되는 대국이지만 크리켓이나 하키, 테니스 등 몇 종목을 제외하고는 잘하는 스포츠를 찾기 어렵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인도는 고작 사격에서 금메달 1개와 레슬링 등에서 동메달 2개를 따 전체 50위에 그쳤다. 당시 우리나라는 금메달 13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8개 등 총 31개 메달을 따 종합순위 7위를 기록했다. 이는 비슷한 인구 대국인 중국이 세계 스포츠계를 휩쓸고 있는 것과 매우 비교된다.


인도가 이처럼 스포츠 약체국인 이유는 국민 스포츠인 크리켓에만 열광하는 분위기에다 여타 스포츠에는 관심과 지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우리나라나 중국처럼 스포츠를 국가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나 의지가 거의 없다.

인도는 또 경기 스포츠는 물론 사회 스포츠도 매우 저조하다. 경기장이나 스포츠센터 등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도로는 열악하고 지저분해 산책하거나 조깅을 할 만한 코스도 흔치 않다. 인도 길거리에서는 조깅 등 사회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인도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뭄바이에서 매년 열리는 마라톤대회는 특기할 만하다. 2003년부터 시작된 뭄바이 마라톤 대회에 대한 열기는 매우 뜨겁다. 이 대회는 매년 1월 초에 열린다. 올해 대회는 지난달 15일 4만여명의 주자가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최근 인도에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라톤에 대한 관심도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다. 뭄바이 마라톤 대회는 나이와 직업, 직위, 카스트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스포츠를 즐기는 주민 축제다. 이 대회가 열리면 지역 주민들이 대거 몰려 환호하며 춤추고 놀고, 마라톤 참가자들에게는 각종 음식을 무료로 제공한다. 참가자들과 구경꾼들이 하나가 되어 노는 것이다. 이런 풍경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뭄바이 마라톤 대회에는 기업인과 직원들이 많이 참가한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에도 인도 최대 정보기술(IT) 회사인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 쌍용자동차를 인수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마힌드라앤마힌드라, 인도 최대 민간은행인 ICICI뱅크, 인도 최대 재벌 중 하나인 아디트야비를라그룹, 세계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보다폰 인디아, 골드만삭스 인디아 등 많은 기업 직원들이 뭄바이 마라톤 대회에 단체로 참가했다.


내로라하는 저명 기업인도 이번 대회에 마라톤 주자로 다수 참석했다. 인도 재계 5위인 아닐디루바이암바니(ADA)그룹의 아닐 암바니 회장이 가장 눈에 띈다. '억만장자 마라톤맨'으로 통하는 그는 마라톤을 통해 최근 몇 년 사이 40kg이나 감량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그의 재산은 우리 돈으로 10조원이 넘는다. 대그룹 회장으로 매우 바쁜 와중에도 그는 거의 매일 아침 10km를 뛴다고 한다. 그는 2003년 1회 뭄바이 마라톤 대회 때부터 줄곧 참가하고 있다.


쌍용차를 인수한 마힌드라앤마힌드라의 아난드 마힌드라 부회장도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우리 나이로 올해 58세인 그는 이번 대회에 직원들과 함께 하프 마라톤을 완주해 강한 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인도 최대 IT 기업인 TCS의 찬드라세카란 최고경영자(CEO)도 역시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며 직원들과 어울림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2008년부터 5년째 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마라톤광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1500명이 넘는 직원들과 단체로 참가했다.


이처럼 뭄바이 마라톤 대회는 기업 최고경영자와 직원, 마라톤 참가자와 지역주민들이 함께 즐기는 소통과 축제의 장소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들도 가끔 높은 자리에서 내려와 일반 국민들과 함께 스포츠를 즐기면 어떨까. 그런 모습이 보고 싶다.




오화석 인도경제연구소 소장 hwaseokoh@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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