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프로야구 OB 모임인 사단법인 일구회가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무분별한 고교선수 영입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냈다.
일구회는 2일 성명서를 통해 “아마추어 선수 개인이 꿈을 좇아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그 입단 과정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고교를 졸업하지 않은 선수의 계약 체결은 금지된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분조회 절차를 무시한 볼티모어 구단은 한·미선수계약협정서를 위반했다”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항의는 지난달 31일 대구 상원고 2학년생인 김성민의 볼티모어 입단에서 비롯된다. 볼티모어 구단은 신분 조회 등의 아무런 사전 절차를 밟지 않은 채 계약을 성사시켰다. 현 규약 상 이를 막을 수 없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강력한 항의를 전달한 바 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한국프로야구 OB 모임인 사단법인 일구회(회장 이재환)는 국외 프로구단이 국내 아마추어 야구선수를 무분별하게 영입하는 행위에 우려를 금치 못한다. 지난 1월 31일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구단은 대구 상원고 2학년 김성민과 계약을 체결했음을 공식 발표했다. 선수 개인이 꿈을 좇아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는 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 입단 과정에 큰 문제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프로 구단이 고교를 졸업하지 않은 선수와 계약을 맺는 것은 금지된 행위다. 이것은 신인 드래프트가 열리기 전까지 드래프트 대상자와 접촉할 수 없는 국내 규약을 교묘히 악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2001년 7월 개정된 한·미선수계약협정서에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프로와 아마를 통틀어 국내 선수를 영입할 때는 반드시 ‘신분조회’ 절차를 밟게끔 되어 있지만 볼티모어 구단은 지키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공정한 절차와 규약을 지키지 않은 볼티모어 구단을 제재할 방법이 없다. 한·미선수계약협정서를 위반한 구단에 대한 제재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고교를 졸업하지 않은 선수와 국외 구단이 계약을 맺었을 때는 선수 계약 무효와 다년간 스카우트 금지라는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것과 좋은 대조가 된다. 이에 일구회는 한국야구의 근간을 위협하는 메이저리그의 무분별한 선수 스카우트에 제동을 걸기 위해 KBO가 한·미선수계약협정서를 위반한 구단에 대해 제재할 권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고교·대학을 아무렇지도 않게 방문해 지도자와 선수 등과 접촉할 수 없게끔 해야 한다. 학생야구는 스포츠 이전에 교육의 연장이다. 교복 대신에 유니폼을 입고 누비는 그라운드는 신성한 교실과 마찬가지다.
교실에 국외의 프로구단 관계자가 자유롭게 출입하는 것 은 비교육적이며 부작용이 우려된다. 한국야구위원회와 대한야구협회는 학생야구의 근간을 망각한 볼티모어 구단을 강력히 응징하는 방법을 찾아 다신 이런일이 재발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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