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영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에 역성장한 것으로 드러나며 '더블딥'과 불황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영국이 경제 살기리를 위해 2차양적완화 조치에 들어 갈 것이란 예상도 등장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워싱턴포스트(WP)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통계청(ONS)은 지난해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0.9%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연간 성장률은 2010년의 2.1%에 비해 절반 이하로 추락했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4분기에 -0.2%의 성장률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하회하는 결과다. 전문가들은 영국경제가 4분기에 -0.1%의 성장률을 예상했지만 실제는 그 이하였다. 영국 경제는 지난해 1분기 0.5%, 2분기 0.1%, 3분기 0.6% 성장했지만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며 빨간불이 켜졌다.
영국은 지난 2009년 4분기에 0.4% 플러스 성장하며 금융위기 이후 부진에서 벗어났다. 2010년 4분기에 잠시 -0.5%를 기록했지만 다소 회복세를 보이다가 4분기에는 침체의 골이 깊어졌다. 2010년 4분기의 역성장이 한파에 따른 계절적 영향이 컸던 것에 비하면 지난 분기의 부진은 구조적 영향이라는 점에서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
영국 경제의 부진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초긴축 정책 시행으로 소비가 부진해지며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결과다. 경기가 부진할 경우 세금이 줄어들고 실업수당이 증가해 정부의 재정부담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총리마저도 이번 결과에 실망했다고 표현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영국경제가 이미 불황에 빠졌으며 성장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JP모건의 이코노미스트 앨런 몽크스는 "영국 경제가 올해 상반기 중에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머빈 킹 영국은행(BOE)총재도 올해 영국 경제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경고를 한 상태다. 그는 "경기부양책을 다시 한 번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 말하며 영국은행의 제2차 양적완화 조치 시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영국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750억파운드(약 142조5000억원) 규모의 양적완화 조치는 내달로 종료될 예정이다. 이번 지표에 따라 추가 부양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코메르츠방크의 피트 딕슨 이코노미스트는 "4분기와 향후 몇 분기 동안 경제성장이 평평한 수준을 보일 것"이며 "이에 BOE 관계자들이 다음 달에 추가 양적완화라는 무기를 꺼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도 그가 주도한 긴축 기조를 완화하라는 거센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이날 GDP 발표 이후 에드 밀반드 노동당 당수는 보수-자민 양당의 연정체제의 경제정책을 맹비난했다. 그는 "경제 부진에 대해 현 정부는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다"고 강조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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