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유럽정상들이 유럽중앙은행과 함께 약 550억유로에 달하는 그리스 국채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고 텔레그라프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수개여월동안 유럽중앙은행(ECB)을 제외한 채 그리스정부와 민간 채권단 사이에 국채 교환협상만을 진행해왔다. 이 기간 동안 은행과 헤지펀드들이 보유한 그리스채권의 50% 이상의 손실을 봤다.
이날 협상에 참여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논의됐던 주제 중에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에 대해 새로운 그리스 채권으로 교환하는 방법이 들어가 있다.
문제는 손실률이다. 유럽중앙은행은 민간 채권단이 손실규모를 최대한 감내해 그리스의 채권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민간채권단은 유럽은행도 같이 고통을 감내하지 않으면 절대 동조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와 함께, 정상들은 그리스 회복이 생각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향후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방향에도 관심을 가졌다. 호세 마누엘 바로소 EU집행위원회 회장은 “정상들이 성장을 자극하고 고용을 늘리는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정상들은 다음 주 벨기에 브뤼셀에서 다사 회동할 계획이다.
이날 브뤼셀에선 이틀간에 걸친 재무장관회의가 막을 내렸는데, 이 자리에서 그리스 개인 부채를 신속하게 채무재조정할 수 있게 압력을 취할 것으로 결정하기도 했다.
올리 렌 EU집행위원회 위원은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그리스의 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민간채권자들과 정부가 합에 나갈 것으로 제안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유럽중앙은행의 이 같은 압박에 대해 유럽의 대형은행과 헤지펀드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으름장도 놓고 있다. 특히 550억유로에 대해 대략 유로당 60센트 할인된 가격을 유럽은행측은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독일은행 등 적지않은 채권자들의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2010년 유럽중앙은행도 그리스 국채 붕괴를 막기 위해 유로당 70센트에서 75센트로 할인된 가격으로 국채를 대거 매입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2주전 민간 채권단들은 유럽은행이 국채 손실 부담에 참여한다면 대규모의 상각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유럽은행 당국자는 이 제안을 거부했다.
이제 오는 3월까지 144억유로의 국채를 같은 방안을 찾던지 아니면 디폴트(채무불이행)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틀간의 재무장관 회의에선 영구적인 구제금융펀드를 조성하자는 데 한 발자욱 더 가깝게 의견을 보았다. 구제금융은 7월에 운용될 전망이다.
정상들은 여전히 7500억유로에서 1조유로까지 늘려야 할지에 대해 논란 중이다. 일부는 5000억유로면 충분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규성 기자 bobo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