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현대자동차가 '배터리 평생보증 프로그램'이라는 판매전략으로 미국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볼보,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하이브리드 차량을 시장에 내놓고 있는데다 점차 벌어지고 있는 도요타 하이브리드와의 격차를 좁히겠다는 의지가 표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업계는 이번 현대차 미국 법인의 판매전략이 얼마나 미국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1999년 이후 '10년 10만마일 무상보증', '실직자 보상' 등 파격적인 프로그램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지만 성격이 다른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에서도 이같은 전략이 통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은 올해 초 열린 북미국제오토쇼에서 2012년부터 출시되는 쏘나타 하이브리드부터 "리튬 폴리머 배터리에 대한 평생 보장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충전 배터리에 불량시 즉시 교체, 기존 배터리 충전비용 보상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존 크라프칙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장은 "미국에서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배터리를 평생 교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며 "배터리 공급회사와 협의를 통해 업체 최초로 내놓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정몽구 회장은 미국 법인을 방문한 자리에서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대한 마케팅ㆍ홍보를 강화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같은 파격적인 판매전략의 배경에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미국시장 판매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영향이 컸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지난해 7월 1965대가 팔렸으나 이후 판매량이 급감, 3개월만에 760대까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MK차'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기대감이 컸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자존심을 구긴 셈이다.
특히 일본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주력모델 '프리우스'의 선전도 현대차에게는 부담이다. 프리우스는 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조업에 차질을 빚는 등 부침이 심했으나 여전히 미국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의 최강자다. 프리우스는 지난 2010년 14만4156대가 판매됐고 지난해 11월까지 11만6331대가 팔렸다.
일본차에 대한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국내에서도 프리우스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프리우스는 지난해 한국시장에서 2010년 대비 48%나 증가한 1950여대가 팔렸다. 올해는 3000대 이상 판매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요타 프리우스 미국 판매가격은 3000만원대 중후반으로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 최고급형 대비 300만원정도 비싼 수준이지만 연비는 크게 앞선다는 평가다. 프리우스의 공인연비는 L당 29.2Km(2010년형 프리우스 기준), 현대차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L당 21Km다. 특히 지난 10일부터 열린 북미 오쇼토에 공개된 도시형 소형차 프리우스C의 연비는 L당 35.4Km에 달한다.
현대차 친환경차 개발팀 연구원은 "도요타 하이브리드 3세대 모델과의 격차를 줄여야 4세대 모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내부적인 판단"이라며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판매전략은 일단 미국 시장 '수성'의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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