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김병현이 넥센 유니폼을 입고 선전을 다짐했다.
김병현은 20일 오전 KE016편(LA출발)을 통해 귀국해 인천공항 인근에 위치한 하얏트 리젠시에서 넥센 입단 환영식을 가졌다. 앞서 그는 넥센 구단과 계약금 10억 원, 연봉 5억 원, 옵션 1억 원 등 총 16억 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이장석 넥센 대표이사는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배번이던 49번이 새겨진 유니폼과 모자를 전달하며 악수를 건넸다. 김병현은 환한 미소로 화답하며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겠지만 열심히 맞춰나가겠다. 빨리 적응해 마운드에 오르겠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병현과의 일문일답
한국프로야구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미국에서 활동할 때 ‘한국에서 뛸 생각이 없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 때마다 “없다”라고 답했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일주일 동안 머문 미국에서 생각은 조금 달라졌다. 혼자 운동을 하는데 내내 허전했고 긴장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게 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던 차에도 넥센 관계자들은 계속 접촉을 해왔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선수생활이 많이 남지 않았는데 한국으로 가는 것이 괜찮다는 판단이 섰다. 조금 더 즐기며 야구를 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본다. 마운드에 올라가서 하루빨리 던지고 싶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몸이 아프지도 않은데도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투구를 할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 한국에서 재미있게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많은 공을 던지지 못했다. 몸 상태는 어떻고 올 시즌 어느 정도의 성적을 기대하나.
아프진 않다. 원하는 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을 뿐이다. 김시진 감독 등 선수단과 함께 연습을 하면 금방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올해 정한 뚜렷한 목표는 없다. 야구도 중요하지만 외적인 요소도 생각해야 할 것 같다는 마음은 가졌다. 적응을 하는 게 최우선이다. 물론 부상을 당하지 않아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며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다면.
매번 바뀌는 것 같다. 그래도 하나를 꼽는다면 월드시리즈 우승 때인 것 같다. 2011년 애리조나에서 많은 베테랑들과 함께 뛰었다.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는 심정으로 뛰던 그들과 우승을 일궈내 무척 기뻤다.
한국에서 대결해보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박찬호, 이승엽 등의 국내 복귀가 이번 넥센 입단에 영향을 미쳤나.
찬호 형은 예전부터 “언젠가는 한국에서 뛸 거야”라고 했다. 나는 “안 간다”라고 했다. 매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뛰었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대접을 받는 것도 싫었다. 하지만 이제는 문제를 조금 풀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등번호로 49번을 달게 됐다.
애리조나에서 가장 좋았을 때 달았던 번호다. 구단에 따로 배정을 요청했고 번호의 주인이 고맙게도 양보를 해줬다.
희망하는 보직이 있다면.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선발 혹은 불펜(웃음).
미국과 한국야구는 문화적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새로운 적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에서 뛰다 한국으로 간 선후배들이 처음에는 무척 힘들다고 했다. 그래도 다들 시간이 흐르면서 익숙해진 것 같다. 나 역시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맞춰나갈 것이다.
최근 한국프로야구에서 눈여겨 보는 선수가 있다면.
아무래도 투수들을 자주 보게 된다. KIA의 윤석민이 좋은 공을 던지는 것 같다. 류현진도 그러하고.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보는 눈이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야구의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 어렸을 때는 프로야구만 봤다. 미국이 더 화려해보이겠지만 거기에도 빈틈은 있다. 어느 리그나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국내 복귀를 확정짓고 연락을 나눈 선수가 있다면.
김선우, 서재응, 박정진과 전화 통화를 가졌다.
국내 복귀에 가족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아내가 무척 좋아했다. 부모님도 그러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거워해 무척 기뻤다. ‘지금까지 너무 혼자서만 고민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만 같다.
그간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며 악동 이미지가 생겼는데.
성균관대학교 1학년 때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는데 갑자기 유명세를 타게 돼 그랬던 것 같다. 적응기간이 필요했는데 그럴 수 없었던 점이 좋지 않은 이미지로 쌓인 것 같다. 사실 넥센 입단을 마음먹기 전까지 팀의 이미지를 그리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대표, 부사장님 등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야 ‘아 이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넥센이나 나에 대해 모두 오해와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판단은 직접 이야기를 해봐야 알 수 있다. 누군가의 입을 통해 듣고 생각을 굳히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게 이상한 놈은 아니다(웃음). 좋은 계약을 해준 넥센에 감사하다.
팬서비스도 신경이 쓰일 것 같은데.
실력발휘를 하는 것이 곧 팬서비스다.
지난 시즌 일본 라쿠텐에서 만족할 만한 공을 던졌다고 생각하나.
좋은 경험을 했다. 사실 한국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실행에 옮기지 않은 건 넥센 구단 때문이 아니었다. 자존심 때문도 아니었고. 내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랬다. 일종의 정신병이다(웃음). 야구에 대해서만큼은 냉정하게 꼼꼼하게 바라보는 성격이다. 지난해 여름을 보낸 이후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이전의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달 동안 경기를 뛰지 못했다. 아프진 않았다. 왜 그런 조치를 받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그래도 분명한 수확은 있었다. 일본에서 실패했다는 분들이 많은데 모든 평가는 타자를 상대하고 난 뒤에 내려질 수 있다. 1군 경기를 한 번도 뛰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점에 동의할 수 없다.
언제쯤 마운드에서 오를 것이라고 내다보나.
성격이 급한 편이라 되도록 빨리 올라가고 싶다. 그런데 구단 관계자들은 다치지 않는 게 가장 먼저라고 했다. 올 시즌을 무난하게 마쳤으면 한다고 거듭 말씀하시는데 편의를 봐주셔서 감사하다. 빨리 몸을 만들겠다. 몇 월이 될 지는 아직 말하지 못하겠다.
최근 미국으로 건너간 이유는 무엇인가.
운동을 하러 갔다. 최근 동생의 출산으로 어머니도 미국에 계셨다. 사실 그곳에서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는데 1년 동안 가보지 못해 찾아간 부분도 있었다. 미국이 그리울 때가 있다. 한국은 운전을 하더라도 끼어들고 그러지 않나. 미국은 ‘먼저 가세요’라며 양보를 해준다. 그런 점들이 많이 생각날 것 같다.
많은 스포트라이트로 부담이 적지 않을 텐데.
잘하면 도망을 다닐 일이 없을 거다. 못하면 피해 다녀야겠지만(웃음). 어떤 경기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구단 관계자들을 만난 뒤 넥센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졌다고 했다. 이전의 이미지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넥센을 거론하면 주위에서 선수를 많이 파는 구단이라고 했다. 주차장에서 연습을 시키고 밀린 돈도 많다고 했다. 겪어보지 않아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런데 구단 관계자들의 말씀을 들어본 뒤 내가 넥센이라는 팀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점에서 넥센은 나와 무척 비슷한 것 같다.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함께 보여주고 싶다.
해외진출에 대한 생각은 접은 건가.
이장석 대표이사가 기회가 되면 보내주겠다고 했다. 언제가 될 진 모르겠다. 지금 중요한 건 넥센에서 잘하는 것이니까. 그래야만 그런 말도 꺼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시진 감독과 만나게 됐는데.
2010년 우연치 않게 김시진 감독의 전성기 시절 피칭을 접했는데 무척 잘 던진다고 생각했다. 몇 가지를 배워보기 위해 직접 찾아뵙기도 했다. 그런 분을 감독으로 모시게 됐으니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밸런스가 흐트러지거나 이상하면 잘 지적해주실 것 같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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