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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반값'내고 다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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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반값'내고 다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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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군대를 제대하고 휴대폰을 바꾸러 가보니 신용불량대상자가 돼 있었다. 집안에 일이 생겨서 학자금 대출 원금 3개월 분이 밀려있었던 탓이다. 그 날 이후로 등록금에 대한 고충이 피부로 스며들게 됐다. 닥치는 대로 일했다. 내 등록금으로 온 가족이 고생하는 것을 보니 맘이 많이 안 좋았다. 이제 정말 등록금 걱정 안하고 자유롭게 공부하고 싶다." (ID: yhb***)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라 학점관리를 못했다. 등록금은 냈는데 학점이 좋지 않아 다시 재수강을 해야 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면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내도 학점을 잘 받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학업에만 몰두해 장학금을 타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하지만 극소수만 혜택 받는 장학금을 믿다가 못 받으면 다음 학기는 휴학을 해야 될지도 모르는 사태에 빠지게 된다." (ID: lyj****)


인터넷 포털사이트 알바인에서 이달 초 진행한 등록금 지원 프로젝트 '청춘아 1기'에 접수된 사연이다. 학자금 대출이 밀려 신용불량자가 된 사연부터 등록금을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로 정작 학과 공부는 뒷전이 된 사연까지 이 시대 대학생들의 '등록금' 걱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부 대학생들은 방학은 물론 학기 중에도 아르바이트와 과외 등으로 생활비와 등록금을 버느라 바쁘다. 경기도 소재 K전문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김모(21)씨는 "등록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영화관 매표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라며 "고깃집, 식당 등 하루 시급이 5000~5500원으로 비교적 센 곳은 친구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아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데도 경쟁이 치열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17일에는 고려대·성균관대·연세대 총학생회가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등록금 인하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비싼 등록금 때문에 꿈을 가꿔야할 20대가 슬픔, 두려움, 좌절, 분노를 느껴야만 한다"라며 "등록금 인하는 이미 시대의 요구이며, 사회구성원간의 공감을 거친 2012년의 요구"라고 밝혔다.


◆ '반값등록금' 시대 열릴까? = 대학생들의 등록금 고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생활고에 시달린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대학가에 반값등록금 시위가 확산됐다.


20대 표심을 얻기 위해 정치권에서조차 '등록금 인하' 압력을 넣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립대는 첫 '반값등록금'을 실현해 화제가 됐다. 시립대의 올해 신입생 등록금(입학금 포함)은 인문사회 계열 111만4000원, 수학계열 121만8500원, 이학계열 132만500원 등으로 지난해 절반 수준이다. 예능계열도 미술계열 153만6000원, 음악계열 170만2500원 등 200만원이 넘지 않는다.


정부는 올해 등록금 인하폭 가이드라인을 5% 범위로 정해 각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또 동결이나 인하 등 자체 노력을 하는 대학에는 이에 상응하는 예산 인센티브도 줄 방침이다. 현재 전체 344개 대학 중 326개 대학이 등록금 부담 완화 계획을 교과부에 제출한 상태다. 거의 95% 대학이 등록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한 셈이다.


한남대는 올해 등록금을 5% 인하하고, 77억원의 장학금을 추가 확중하기로 했으며, 충청대·배재대·강동대·충북대·청주대 등도 5% 내외 인하 결정을 내렸다. 주로 정부 지원이 필요한 지방 대학이 앞장서서 등록금을 내리는 모습이다. 숙명여대도 18일 3차에 걸친 등록금심의위원회 끝에 인하율을 2%로 정했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재정적 부담이 예상되지만 장학금 지원 확대 등 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의 주요 4년제 대학들은 여전히 눈치보기에 여념없다. 이화여대는 다음 달 초까지 심의위원회를 열며 고대·연대 등은 구체적인 방침을 정하지 못했다. 고대는 3.33% 인상안을 제시했다가 학생들의 반발로 다시 의견을 수렴 중이며, 연대·서강대 등도 아직 협의점을 찾지 못했다. 등록기간을 코앞에 두고 학생들은 초조한데 오히려 학교는 느긋하다.


◆ 정부도 국가장학금 늘려 = 지난해 서울 시내 주요 사립대의 한 학기 평균 등록금은 414만원이었다. 연간으로 치면 828만원으로, 의학·공학·예체능 계열은 1000만원을 훌쩍 넘는 곳도 다수다. 등록금을 '취업후 학자금 상환대출' 방식으로 해결한다고 해도 현재와 같은 취업난 속에서는 이마저도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고 이를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대학생은 2007년만 하더라도 3785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8년 1만250명, 2009년 2만2142명으로 급증해 지난해 9월에는 2만9896명에 달했다. 현재는 3만명을 넘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등록금 부담을 덜기 위해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학생도 10명중 8명 꼴이다. 한국장학재단이 올해 1학기 국가장학금 신청을 받은 결과 4년제 대학은 신청대상 112만1885명 중 76.1%인 85만4052명이, 전문대는 24만6772명 중 77%인 18만9964명이 신청했다.


정부도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에 나섰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 국가장학금을 당초 정부안인 1조5000억에서 1조7500억원으로 2500억원 증액했다. 학자금 대출제도 개선에도 823억원을 투입했으며, 이중 674억원을 지원해 학자금 대출금리를 현행 4.9%에서 3.9%로 낮추는 데 쓴다.


또 대학생들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도 전에 학자금 대출 미상환으로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도록 총 76억원을 들여 특별상환유예제도도 실시한다. 일반학자금 대출자가 졸업 후 취업을 못할 경우 최대 2년까지 이자상환을 유예할 수 있게 된다.


◆ 희망뉴스 1위 '반값등록금' 실현되려면? = 한 포털사이트에서 대학생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가장 듣고 싶은 희망뉴스'로 절반에 가까운 48.9%의 학생이 '반값 등록금 실현'이라고 답했다. '로또 1등 당첨(43.1%)' 보다 더 절실한 소원이 반값 등록금이라는 것이다.


매 학기마다 관례처럼 등록금 투쟁으로 대학가가 시끌벅적하지만 '등록금 인하'가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각 대학마다 학생들이 참여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있어도 말 그대로 '심의'를 할 뿐 의결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 연대 등 3개 대학 총학생회도 "학생들의 등록금이 대학의 수입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등록금 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라며 "등록금심의위원회에 참여한 학생 위원들의 실질적인 의결권을 보장할 것"을 주장했다.


등록금 책정 과정에 대한 엄격한 견제장치 마련도 시급하다. 지난해 감사원이 35개 대학을 표본으로 '대학재정 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최근 5년간 모든 대학에서 예산편성시 지출을 실제보다 높게 잡고, 수입을 적게 계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대학에서 등록금을 인하하는 대신 장학금을 확충하는 것도 학생들로서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서울 소재 H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조모씨는 "장학금을 늘린다고 해도 대부분이 성적순이거나 생활환경이 어려운 일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며 "등록금을 내리면 모든 학생들이 혜택을 골고루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덕원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재정지원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해도 등록금이 주수입인 대학들은 '등록금 확보'가 우선"이며 "대학의 자율적인 노력 없이는 등록금 문제가 해결이 안된다.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예산편성 등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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