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달려간 부산 현장 살펴보니·· 한나라당에 불만 팽배 민주당 정보엔 관심 부족
[부산=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너무 가슴이 답답해서 나왔다 아입니꺼, 할머니 할아버지가 일년 가까이 노숙자 생활하고... 금감원이 잘못된 거는 다 안다 아입니까"
18일 오후 1시 민주통합당 현장 최고위원회가 열린 부산 부전시장 새마을 금고 사무실. 한명숙 당 대표 앞에서 한 60대 여성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부산저축은행 사태 피해자 수십여명은 이날 민주통합당의 부산 방문 현장에서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아무 상관없으니, 서민들 쪼매라도 살려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가 부산에서 최고위원회를 연 것은 이 지역을 총선승리와 정권교체의 진원지로 삼기 위해서다. 부산 저축은행 사태로 한나라당에 등돌린 민심을 잡겠다는 정치 행보인 셈이다.
그러나 이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PK 민심은 복잡미묘하다. 부전 시장에 만난 민심들은 "정치권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지만 민주통합당이나 인물의 면면에 대해선 여전히 낯설어 했다.
설 앞두고 장보러 왔다는 최모씨(62)는 "물가 비싼 거 꼭 찍어서 뉴스로 내보내야 한다"며 "부산 경제가 나날이 어려워 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 진구에 민주통합당에 누가 출마하냐고 묻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돼지 국밥집을 운영하는 장모 씨(52)는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먹고살기 바빠서 잘 모르겠다. 그래도 여기는 한나라당 밭인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30년 넘게 노점을 했다는 김모씨(57)는 시장에서 인사를 나누는 한명숙 대표를 지켜보며 "한명숙씨가 검찰한테 하도 당해서.."라며 관심을 드러냈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아느냐"고 기자가 묻자 "통합민주당? 민주통합당? 당 이름이 하도 바뀌니까.."라고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25년째 택시기사로 일한 60대 박 모씨는 "이번에 바뀌긴 바뀌어야 한다"며 "물갈이가 대폭으로 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일단 바닥민심은 한나라당은 아니다"라며 "박근혜씨만 불쌍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오후 부산 사하구 장림공단에서 만난 또다른 저축은행 피해자는 "민주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서민 나몰라라 하면 한나라당이랑 다를 게 뭐냐"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는 강 모씨는 "썩은 뿌리가 뽑히지 않는다면 다 그게 그거"라며 지적했다.
부산에서 만나본 민심은 전반적으로 현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가운데 민주통합당에 마음을 열지는 못한 것처럼 보였다.
한편 민주당은 19일엔 당의 '성지'인 광주에서, 20일은 대전에서 릴레이 지방 최고위원회의를 이어간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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