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국가부채로 허덕이는 회원국들에 대한 재정 규제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독일은 유로화를 버러야 한다고 독일 소재 엔지니어링, 산업용 가스 제조업체 린데의 볼프강 라이츨 최고경영자(CEO·62·사진)가 15일(현지시간) 주장했다.
라이츨은 이날 시사주간지 슈피겔과 가진 회견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결국 유럽 재정위기 사태에 개입하면 위기로 허덕이는 국가들의 자기개혁 의지가 줄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위기에 처한 이들 나라를 규제하는 데 실패할 경우 독일은 유로존에서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
린데에 합류하기 전 자동차 메이커 BMW에서 재규어와 랜드로버 사업부를 이끈 라이츨은 "독일 국민에게 다른 유로존 회원국들을 돕기 위해 50%가 넘는 세율을 부담하자고 호소한다면 독일 유권자들은 유로존 구제안에 등 돌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이츨은 "새 통화가 '도이체마르크'든 돈 많은 북유럽 나라만 참여하는 '노스유로'든 독일이 받을 충격은 지금의 위기에서 비롯될 충격보다 덜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로존이 깨질 경우 독일은 수출에 타격 받아 실업률이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라이츨은 이것이 경쟁력을 드높이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유로존이 산산조각 날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스 스스로 빚을 갚을 처지가 못 된다는 점이다. 그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류할 수 있을만큼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기적으로 볼 때 그리스는 유로존을 떠나야 한다"는 게 라이츨의 생각이다. 그는 "궁극적으로 그리스의 채무를 50~70%가 아니라 100% 탕감해줘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 있는 한 그리스만 구제하는 데 5000억 유로(약 730조 원)가 필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이츨은 "이탈리아도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유로존의 시련이 올해 끝나는 게 아니라 3~4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 바이에른주(州) 노이울름 태생인 라이츨은 뮌헨 공과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1971년 22세에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는 뮌헨 공대 역사상 최연소 취득이다. 1976년 BMW에 들어간 라이츨은 사내 2인자 자리에 오르기까지 일련의 성공적인 자동차 모델을 선보였다.
이어 1999년 미국 포드로 옮긴 라이츨은 2002년까지 프리미엄 자동차 사업부에서 볼보·재규어·랜드로버 생산을 책임졌다. 그는 포드에 몸 담고 있을 당시 신차 개발에 힘이 부치면 언제든 떠날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말이 씨가 됐는지 당시 닉 셸레 이사가 비용절감을 부르짖는 통에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넥서스, BMW와 도저히 경쟁할 수 없게 되자 라이츨은 포드를 떠났다. 이때 그가 뼈저리게 느낀 것이 '용의 꼬리보다 닭의 머리가 되는 게 낫다'는 격언이다.
2002년 포드를 떠난 라이츨은 제너럴 모터스(GM)의 영입 제안을 뿌리치고 당시 지게차 제조업체이자 산업용 가스 생산업체인 린데로 발을 들여놓았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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