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드레드 피어스> 1회 SCREEN 밤 11시 20분
밀드레드 피어스(케이트 윈슬렛)라는 한 여성의 이야기인 <밀드레드 피어스>는 지극히 사소한 사건에서 출발한다. 남편 버트(브라이언 F.오바이런)의 외도를 의심하던 밀드레드는 신경질적으로 굴고, 이로 인해 둘은 부부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어디서나 흔하게 다뤄지는 이혼이란 소재. 그러나 작품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런 균열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뒤흔드는지 객관적이면서도 면밀한 시선으로 관찰한다. 남편의 굴레에서 벗어나 “지구상에서 가장 큰 부대”인 이혼녀가 된 밀드레드는 버트의 동업자였던 월리 버건과 정사를 나눈다. 오랫동안 감춰져 있던 그의 여성으로서의 욕망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것이다.
하지만 <밀드레드 피어스>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밀드레드가 “자존심과 배고픔” 사이에서 일으키는 갈등이다. 지금까지 집에서 케이크나 파이를 만들어 이웃에 파는 게 전부였던 그는, 이제 두 딸 비다와 케이를 부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험난한 사회 속으로 뛰어들게 됐다. 접수원 일을 구하러 갔던 직업 소개소나 웨이트리스로 취직한 식당 모두 돈을 벌기 위해서는 포기할 수 없지만, 수치심으로 구역질이 날 만큼 밀드레드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 인간이 지금껏 구축해온 자신의 우주와 새로이 떠맡게 된 역할 사이에서 겪는 혼란을 생생히 목격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엄마나 아내라는 틀에 갇힌 중년 여성이 아닌, 갖가지 욕망과 갈등을 내면에 품은 고유한 존재로 밀드레드를 인식시켰다는 점에서 <밀드레드 피어스>의 미덕이 드러난다. 이것이야말로 풍성한 작품을 만드는 깊은 내공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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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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