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LG전자가 미국에서 특허 괴물 인터디지털에 피소당한 가운데 지난해 지식경제부의 휴대폰 특허 분쟁 전문가 태스크포스(TF)가 시작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실효성은 기대도 안했지만 지식경제부가 내놓은 결과가 없어 최소한의 성의 표시조차 없는 '보여주기'용 정책이라는 지적이 높다.
11일 휴대폰 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휴대폰 업체의 특허 현황을 검토하고 특허 소송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해 8월 휴대폰 특허 분쟁 전문가 TF를 구성했지만 5개월동안 관련 업무는 보고서 작성 하나로 끝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정부가 TF에 참여하라고 요구해 우리쪽 전문가를 참여시키긴 했지만 처음부터 큰 기대를 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속도감 있게 변화하는 정보 기술(IT) 업계에서 정부의 정책은 뒷북치기가 되기 십상"이라며 "휴대폰 특허 TF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른 제조사 관계자는 "국내 제조사들끼리도 장기적으로는 경쟁 관계라 특허와 관련해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하라는데 토를 달기도 뭐해 참여는 했지만 불필요하게 시간과 자원만 낭비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TF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제조사의 관계자 1명씩을 포함해 18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TF 구성을 맡은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대기업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 알아보자는 차원이었다. 실효성은 기대하지 않았다. 예산편성권이 없어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가 처음부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휴대폰 등 전반적인 제품과 관련된 특허를 관리하는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저마다의 자원과 전략이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특허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며 "중소기업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기업과 관련해서도 특허 현황 파악을 위해 설문조사만 마쳤을 뿐 전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는 정부가 불필요한 정책은 접고 기업이 기업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식경제부는 휴대폰 특허 TF를 만들 때와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8월 삼성전자, LG전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금을 투자, 한국형 OS를 만들자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업계의 참여 미흡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솔직히 정부의 취지가 좋은 지도 모르겠다.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기업을 이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가뜩이나 빠르게 변화하는 업계에서 정부가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기업들이 불필요하게 힘빼는 일은 막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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