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홈페이지에 학부모들 비난 쏟아져 … 해당학교는 게시판 폐쇄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한 대학교수가 자신의 초등학생 딸에게 욕설 문자를 보낸 남학생을 폭행한 사건의 전말에 누리꾼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두 학생이 재학중이던 초등학교를 관할하는 수원교육지원청 게시판에는 이번 사건의 공정한 해결과 재방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글이 하루에도 100여건씩 올라오고 있다.
사건이 알려진 것은 지난달 19일 모 유명 대학의 교수 이모(50)씨가 수원교육청 홈페이지에 '초등학교 교내 성폭행 심각'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부터.
이씨는 이날 오전 수원 H초등학교 복도에서 초등학교 4학년인 김모(10)군의 배를 발로 차고 머리채를 잡아끄는 등 전치 2주의 폭행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김군의 부모로부터 고소를 당한 상태였다.
그는 게시글을 통해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김군이 수차례에 걸쳐 자신의 딸에게 'X년아 문자 X냐', '내일 아침에 죽여버린다' 등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왔고, 이를 학교 측에 알렸으나 개선이 되지 않자 화가 나서 직접 교실을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초등학교는) 너무나 비겁하고 딸 아이를 보호할 의지가 전혀 없는 그냥 학원 수준일 뿐인 집단"이라며 "폭행은 책임지겠지만 학교 교장과 교감, 담당교사의 징계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김군 측 부모가 반박을 하고 나섰다. 이튿날 김군의 어머니 심모씨 역시 교육청 홈페이지에 "(이씨가) 아들을 발로 차고 수차례 따귀를 때렸으면서도 너무도 당당히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다"며 "욕설문자는 잘못됐지만 성인 남성에게 폭행을 당해야 할 만큼 큰 잘못이냐"고 반문했다.
사건이 공론화되자 이씨는 다시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딸이 김군으로부터 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들을 직접 공개했고, 폭행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학교수직에서 사퇴했다.
이씨는 블로그에서 "(이번 사건으로) 딸아이가 정신과 치료중이고 급성스트레스 반응 진단을 받았다"고 토로하며 "(교수직을 사임한 것은) 비단 딸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외의 다른 교육에 대한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판단해 일을 현명하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누리꾼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제시하며 사건이 어떻게 해결될 것인지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수원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성인이 초등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김군의 행동 또한 심각한 수준의 학교폭력인 만큼 이를 두둔하는 부모 또한 잘못이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딸을 가진 아버지의 입장도 이해된다", 이번 사건으로 이씨가 교수직을 포기한 것은 지나친 처사다"라는 의견과 "남의 자식에 손찌검한 대학교수를 옹호할 수 없다",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용납돼선 안된다" 등 상반된 내용들도 눈에 띈다.
또 "초등학생의 욕설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학교는 피해자 부모가 직접 나설 때까지 무엇을 했냐", "피해자를 두 번 죽이지 않으려면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등 학교와 교육당국을 향해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편 문제가 불거지자 H초등학교는 지난 2일 학교 홈페이지 내 자유게시판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사건이 보도된 직후인 지난달 26일부터 일주일새 1000여건에 이르는 학부모와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진 뒤였다.
학교 측은 안내문을 통해 "홈페이지가 아동들의 건전한 교육과 학교 발전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장이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일로 인해 관계가 전혀 없으신 분들까지인신공격을 당하고 있어 게시판을 폐쇄한다"고 해명했다.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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