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 서울시가 지난해 도입키로 했던 저상버스를 절반만 도입, 빈축을 사고 있다. 복지확충을 주창하며 노약자와 장애인,임산부 등 대중교통수단을 쉽게 이용토록 하겠다는 정책 의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5일 국토해양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교통약자 대중교통 서비스를 높이겠다며 지난해 국고 370억원과 시예산 219억원으로 저상버스 370대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저상버스는 노약자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버스를 탈수 있도록 계단을 없애고, 리프트를 설치한 버스를 말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시예산 199억원과 국고 78억원으로 199대를 도입했을 뿐 나머지 171대 예산 167억원은 불용처리했다.
저상버스 도입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정 비율의 예산을 각각 확보하는데 서울시는 40% ,기타 지자체는 50%를 분담한다.
서울시는 2007년 교통약자 이용편익 증진법 발효 이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2013년까지 운행버스의 50% 이상을 저상버스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이 시행됐다면 2008년 기준 7736대인 서울시의 전체버스 가운데 3868대가 저상버스로 교체됐다.
그러나 실제 도입은 크게 저조했다. 2008년에는 계획보다 50대를 추가 확보했으나 2009년과 2010년에는 각각 118대와 313대 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600대를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예산문제로 370대로 바꿨고 결국에는 199대만 도입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가 확보한 예산의 일부인 100억원을 전용하고 국고 67억원은 불용처리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올해 400대의 저상버스를 도입할 계획이지만 예산이 반영될 가능성은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국토부는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전체 운행버스의 50% 이상을 저상버스로 교체하는 시기를 2013년에서 2015년으로 2년 늦추는 방안을 내부에서 검토하면서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을 전용한 게 아니라 도입하고 남은 돈 100억원은 감축한 것"이라면서 "이 정도만 해도 다른 지자체의 8%대 저상버스 도입실적에 비해서는 높은 24% 이상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시가 저상버스를 계획보다 적게 도입한 것과 관련해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측은 최근 서울시청 별관 앞에서 시를 비판하고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측 관계자는 "지난해 초 서울시 관계자는 걱정하지 말라며 2013년까지 남은 2200여대의 저상버스를 반드시 확보하겠다 약속했다"면서 "예산 감축이 아닌 쓰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말 기준 2004~2011년까지 전국에 도입된 저상버스는 총 3899대로, 이 기간 동안 지원된 국고는 총 1833억원이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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