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블랙베리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캐나다 소재 리서치인모션(RIM)의 공동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라자리디스와 짐 볼실리가 경영 부진으로 곧 물러나고 바버라 스타이미스트(55·사진) 이사가 새 회장에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토증권시장 CEO와 캐나다로열은행(RBC)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한 스타이미스트가 RIM의 이사진에 합류한 것은 지난 2007년이다.
RIM은 세계 곳곳에 75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나 지난 수개월 동안 시장 전망치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적을 낸데다 지난해 10월 사흘 동안 블랙베리 불통으로 고객들에게 불편까지 안겨줬다.
게다가 경쟁업체 애플의 아이패드에 맞서기 위해 선보인 태블릿 컴퓨터 '블랙베리 플레이북'의 판매 부진, 차세대 스마트폰 출시 지연 등으로 주주·투자자들로부터 경영구조 개혁 압력을 받아왔다. 플레이북의 경우 일부 애널리스트는 시판 첫 해에 수백만 대가 팔려나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겨우 85만 대 팔리는 데 그쳤다.
지난 3일(현지시간) 밴쿠버 선 등 현지 언론들이 스타이미스트가 새 회장으로 선임될 것이라고 보도한 뒤 토론토증권시장에서 RIM의 주가는 7% 오른 15.80달러(약 1만8100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RIM은 주가가 75% 급락하는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스타이미스트 등 7명의 이사진은 그 동안 RIM의 조직체계를 면밀히 검토했다. 이 가운데는 회장과 CEO 직위를 분리할 경우 어떤 이점이 있는지, 라자리디스와 볼실리가 사업상 이사진에 꼭 필요한 인물들인지 점검하는 작업도 포함됐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에 자리잡은 RIM은 지난해 7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조직체계 점검에 동의했다. 소식통들은 아직 진행 중인 조직체계 검토 작업이 끝나면 새 회장 후보가 몇몇 인물로 좁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스타이미스트가 RIM 최초의 외부 회장에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라자리디스와 볼실리는 회장·CEO 자리를 분리하려는 시도에 반대해왔다. RIM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한 두 사람이 갖고 있는 지분은 12%로 각자 2대·3대 주주다. RIM에서 10%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는 없다.
미국은 좀 다르지만 캐나다·영국에서는 회장과 CEO 직위가 분리돼 있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RIM은 회장과 CEO 겸임을 고집해왔다. RIM의 주식이 캐나다는 물론 미국에서도 거래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경영 전문가들은 CEO와 회장 직위를 전문적으로 나누는 것이 회사 운영에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한다. 정보기술(IT) 부문의 선두 업체인 IBM·휼렛패커드(HP)·애플은 최근 회장과 CEO 직위를 분리했다.
이에 라자리디스와 볼실리는 지난해 12월 애널리스트들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스스로 "연봉을 1달러만 받겠다"고 선언했으나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스타이미스트는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 리처드 아이비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와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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