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임진년 들어 기관투자가들이 코스피 시장에서만 5000억원어치 이상을 사들이며 지수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어, 이들의 매입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516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새해 들어 기관이 가장 많이 사들인 업종은 단연 전기전자(IT)다. 총 3948억원어치를 담았다. 기관 전체 순매수 금액의 80%에 육박한다.
기관들이 이 기간 가장 많이 쓸어 담은 종목 1, 2위에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이름을 올렸다. 각각 1592억원, 1486억원어치를 샀다. LG디스플레이(329억원), LG전자(276억원)까지 총 4개 종목이 새해 기관이 많이 담은 상위 10개 종목 안에 들었다.
전기전자 다음으로 관심을 보인 업종은 화학, 운수장비, 건설업 순이지만 각각 724억원, 506억원, 347억원어치를 담는데 그쳐 IT 업종과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종목으로 살펴봐도 화학 업종 내 LG화학(340억원), S-Oil(177억원), 호남석유(162억원), OCI(108억원) 등과 운수장비에 속한 현대차(341억원), 현대중공업(199억원), 건설업 내의 GS건설(170억원), 현대건설(136억원) 등도 1, 2위 삼성전자, 하이닉스와는 순매수 금액 면에서 차이가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이같은 '기관의 IT 내리사랑'은 오는 6일 삼성전자의 실적 잠정치(가이던스)발표를 앞둔 새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역시 '깜짝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의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분기대비 11.80% 증가한 4조7547억원 수준이다.
이같은 호실적 흐름은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가속도를 내는 삼성전자와 뒤따르는 IT주들의 실력 행사'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연말 미국의 쇼핑시즌 선전과 중국의 춘절 소비증가 기대감 역시 IT주들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일 것이라는 평가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주당순이익 증가율 상승반전의 중심에도 IT섹터가 있다"며 "2004년 상반기에는 시가총액 비중이 32.8%까지 증가하기도 했는데 그 때와 비교하면 아직 추가 비중 확대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 역시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실적 가이던스 발표를 전후로 단기적인 주가 탄력 둔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 황민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상대적으로 삼성전자가 아시아시장 대비 19% 프리미엄에 거래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곧 시장 기대치 하락과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조정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며 "이후 보다 더 매력적인 매수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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