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미국 뉴욕증시와 유럽 주요국 증시가 새해 첫 거래일인 3일(현지시간) 일제히 상승하며 상쾌하게 출발했다. 일단 미국 경제지표 호조의 흐름을 타고 연초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지만 2012년 세계경제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47% 상승한 1만2397.38로 2011년 7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는 새해 첫 개장으로는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상승폭이다. S&P500지수도 금융주 강세에 힘입어 1.55% 올랐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역시 1.67% 뛰었다. 조금 앞서 마감한 유럽 주요국 증시도 영국 FTSE100 지수가 2.29%, 프랑스 CAC40지수가 0.72%, 독일 DAX지수가 1.50%씩 오르며 동반 상승했다.
미국 주요 경제지표가 확연한 개선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이날 증시 상승세의 동력 역시 제조업·고용지표의 호조였다. 이날 발표된 2011년 12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는 월가 예상치를 웃돈 53.9로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고, 신규주문지수와 고용지수는 각각 9개월과 6개월만에 최고수준으로 뛰었다. 11월 건설지출이 예상을 웃돌면서 미국경제 최대 변수인 부동산경기 회복 기대를 높였고, 독일 역시 12월 실업인구가 급감하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양호한 수치를 냈다.
이같은 양상은 지난해 말부터 주요 거시경제지표가 개선 조짐을 보일 때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했던 월가 전문가들의 우려를 크게 불식시키고 있다. 지난 1년간 S&P500 지수 예상치를 1325으로 유지했던 씨티그룹의 토비아스 레브코비치 미 주식 수석 투자전략가는 올해 S&P500 지수 목표치를 1425로 더 높여 설정했다.
에릭 그린 TD시큐리티 이코노미스트는 “지표가 세부항목별로 개선된 모습을 보임에 따라 2012년 미국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고 평가했다. 프랭크 인개러 노스코스트 어셋매니지먼트 펀드매니저는 “이제 투자시장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도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말 지표 개선은 홀리데이시즌 등 내수소비가 늘어난 것과 맞물린 일시적 국면이며, 유럽 부채위기라는 초대형 악재가 다시 돌출될 경우 증시 상승세는 언제든지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폴 앳킨슨 애버딘어셋매니지먼트 대표는 “연초 증시 낙관론이 퍼지고 있지만 유럽 위기와 중국 경기둔화같은 주요 이슈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뉴욕증시는 지표 흐름에 맞춰 이번주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이번주 6일 나올 미 노동부 2011년 12월 고용보고서에서 비농업부문 일자리 개수가 15만개로 3만개 증가할 것으로 점쳤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 부양조치 검토 역시 시장 기대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FRB의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높이 보고 있으며, 역대 저점 수준인 채권 수익률 역시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릴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러나 유럽 부채위기의 부정적 영향력이 예상보다 일찍 본격화될 경우 미국 증시는 물론 전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출렁일 수 있다.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유럽 경제가 이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을 내린 상태다. UBS는 1월로 예정된 그리스의 트로이카 채권단 실사와 유로존 정상회의 등의 변수가 변동성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이주 4~5일로 예정된 독일과 프랑스의 국채입찰 결과가 첫 시험대다. 9일에는 독·불 정상회담에서 유럽재정협약의 구체화 방안이 논의되며, 미국·유럽 증시의 향방을 다시 한번 가를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