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세계 최고 부자인 멕시코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 엘루(71·사진)가 이끄는 아메리카 모빌이 내년 브라질에 100억 헤알(약 6조2290억 원)을 신규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슬림은 최근 "브라질을 투자 우선 지역으로 정하고 내년 브라질 투자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올해 브라질에 쏟아 부은 돈은 94억 헤알이다.
아메리카 모빌이 브라질에서 소유·운영하고 있는 세 기업은 클라로·엠브라텔·네트다. 카를로스 젠테노 클라로 브라질 법인장은 "세계 경제위기에도 예정된 브라질 투자 방침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내년 브라질에 투자할 돈 가운데 10억 헤알은 브라질과 미국을 잇는 해저 광케이블 구축에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클라로와 그 자회사들은 3세대(3G) 이동통신용 고속 인터넷망과 광섬유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내년 4월 예정된 4G 주파수 경매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엠브라텔은 브라질 유선전화 시장의 18.2%를 장악하고 있지만 국제전화 시장은 독점이다. 브라질 최대 케이블 TV 방송국인 네트는 현지 시장의 40%를 장악하고 있으며 브라질 제2의 가정용 인터넷 서비스 업체이기도 하다.
아메리카 모빌, 통신업체 텔멕스, 복합기업 그루포 카르소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슬림은 '멕시코의 경제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슬림이 소유한 기업들의 총 생산량은 멕시코 국내총생산(GDP)의 5%를 차지한다.
슬림의 아버지 훌리안 슬림 아다드 아글라마스는 레바논 출신 이주민으로 1910년 멕시코 혁명 이후 멕시코시티 부동산에 투자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주마다 용돈 5페소를 주며 모든 씀씀이에 대해 꼼꼼히 기록해놓으라고 가르쳤다.
짠돌이로 성장한 슬림은 26세 때 투자 수익금에 어머니로부터 받은 돈까지 합쳐 모두 40만 달러를 모았다. 그는 1960년대 중반 보틀링 공장을 하나 매입하고 건설회사, 부동산 업체도 세웠다. 1976년부터는 본격적인 기업 인수에 나섰다. 멕시코 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고금리·채무불이행으로 붕괴되던 1982년에도 기업 헐값 인수는 계속됐다.
슬림이 텔멕스를 손에 넣은 것은 1990년이다. 대통령궁의 실세 친구로부터 얻은 내부 정보에 따라 지분 51%를 낙찰 받은 것이다. 텔멕스는 이후 7년 동안 시장에서 독점 기업으로 군림하며 세계 어느 업체보다 비싼 요금을 부과할 수 있었다. 슬림은 1990년대 후반 텔멕스의 무선 사업부를 아메리카 모빌이라는 이름으로 떼어냈다.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지난 3월 발표한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슬림은 740억 달러(약 79조4760억 원)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생활은 검소하다. 현재 그가 살고 있는 멕시코시티의 집은 40년 전 매입한 것이다. 운전도 직접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사후 유산에 대한 생각도 남다르다. 슬림은 "자식들에게 재산 모두를 물려준다는 것은 얼토당토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재단에 지금까지 40억 달러를 내놓았다. 이는 주로 자신의 지분에서 비롯된 배당금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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