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해마다 연말 즈음에 선정·발표하는 ‘올해 최악의 최고경영자(CEO)’ 리스트에서 일본 도쿄전력(東京電力)의 시미즈 마사타카(淸水正孝·67·사진) 전 사장이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해 1위는 멕시코만(灣)에서 발생한 대규모 기름유출 사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같은 해 10월 물러난 BP의 토니 헤이워드 전 CEO가 차지했다.
시미즈가 지난 5월 도쿄전력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근본적인 배경은 일본 동북 지방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이에 이은 쓰나미 탓이다. 그러나 그가 올해 최악의 CEO로 선정된 이유는 이후 그가 보여준 행동에 있다.
지난 3월 11일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시미즈는 간사이(關西) 지방에 출장 중이었다고 도쿄전력 측이 해명했으나 실제로는 그가 근무일인 평일인데도 아내·비서와 함께 나라(奈良)에서 관광을 즐겼던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3월 13일 이후 직원들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사투를 벌이는 동안 시미즈는 기자회견이나 사고 설명회에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 외신들은 “철저하게 통제된 도쿄 중심가의 43층짜리 초호화 아파트 지역에서도 그의 자취를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도쿄전력 측은 “시미즈가 사태 수습을 위해 사령탑에서 지휘하고 있어 매우 바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미즈는 그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자기 건강을 체크하는 등 밖으로 겉돌았다. 그가 공공장소에 다시 나타난 것은 사고 1개월째인 4월 11일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는 원전 사고 이후 시미즈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 데 대해 “CEO가 어둠 속에 숨고 있다”고 비판했다.
4월 12일 다시 기자회견장에 다시 나타난 시미즈는 “이번 원전 사고가 국제 기준으로 최악의 사고”라며 “세계 각국에 우려를 끼쳐 죄송하다”라고만 밝혔다. 그는 5월 20일 원전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가나가와현(神奈川縣) 태생인 시미즈는 1968년 게이오(慶應) 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도쿄전력에 입사해 이케부쿠로(池袋) 지사로 처음 배치됐다. 이케부쿠로에서 검침·수금 업무를 4년 간 담당한 뒤 요코하마(橫浜) 화력발전소에 배속돼 3교대 근무까지 경험하는 등 그는 밑바닥에서부터 출발했다.
그러던 중 1983년 후쿠시마 제2원전의 총무 담당으로 발령 받아 발전소·변전소에서 사용하는 자재 조달 부문에 처음 발 들여놓은 뒤 오랫동안 이 부문을 담당하게 된다. 1995년 본사 자재부장으로 승진한 시미즈는 각 지점의 자재조달을 본사로 단일화해 비용절약에 성공했다.
시미즈는 도쿄전력 직원들의 근무복을 중국제로 바꿔 경비 3억 엔을 줄였다. 발전소와 변전소의 부품 등 조달 부문을 오랫동안 담당한 그는 발전소의 부품 조달 방법을 고쳐 전체 2조 엔이 들던 비용을 40%나 줄였다. 아울러 임원 보수도 과감히 삭감했다.
‘비용절단기’라는 별명까지 얻은 시미즈는 해외 출장비, 일상 업무비에도 칼을 댔다. 게다가 대량주문을 통한 비용절감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공급업체들을 경쟁시켜 비용 인하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일각에서는 다리에 항상 1kg짜리 추를 붙여 다니며 체력 유지에 힘써온 시미즈가 비용절감만 고집한 나머지 회사의 체력관리, 다시 말해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고 평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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