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와 차별화·정책 좌향좌·멘토정치·안철수 견제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치실험이 시작됐다. 27일 첫 회의에는 기존 한나라당과는 다른 색채를 지닌 인물들이 박 위원장과 나란히 섰다. '그 나물에 그 밥'에서 벗어나 사람을 바꿔 당을 개혁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얼굴이 바뀌면 콘텐츠도 달라진다. 내년 4ㆍ11 총선을 이끌 박근혜식 정치실험의 4가지 키워드를 살펴봤다.
▲MB와 차별화= 비대위에선 첫날부터 "이명박 대통령과 완전히 차별화돼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김종인 위원은 "MB노선에서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돈 위원은 "MB정부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정권"이라고 해온 인물이다. 한나라당 국회의원에 한해 국회 회기 중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는 정책이나 디도스 사건에 비서관이 연루된 최구식 의원에게 즉각 탈당을 요구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중앙대 법대 교수인 이상돈 비대위원은 특히 현 정부 출범 후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면서 주목을 받은 보수 논객이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선 '대재앙', 내곡동 사저 논란을 놓고는 '탄핵사유'. BBK에 대해선 휴화산이라 다음 정권에선 언제든지 수사가 재개될 수 있다고 일침을 놓았었다. 이준석 위원은 "4대강 현장에 가보자"는 깜짝 발언을 했다.
▲정책 좌향좌= 특히 경제정책, 복지정책의 방향은 점점 왼쪽으로 쏠릴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성장위주ㆍ재벌중심 기조가 무게중심을 옮겨가는 것. 이 역할은 비대위 '좌장'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김종인 위원이 전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은 비대위에서 새로운 정당 정책 마련과 총선 공약 수립 역할을 맡았다. 재벌개혁의 선봉에 설 것으로 예상돼 벌써부터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는 대기업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인물 가운데 한명으로 꼽힌다.
노태우 전 대통령 때 청와대 경제 수석으로 일하며 특히 재벌의 토지 과다 점유를 해소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1987년 6월항쟁 후 헌법개정을 할 때는 '국가가 경제 민주화를 위해 시장을 규제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제119조 2항을 입안하여 삽입했다. 그의 등장으로 복지예산 확대, 부자증세 등이 당의 내년 총선 공약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 위원장도 이에 관한 필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했었다.
▲멘토정치= 이명박 대통령이 '형님정치'를 했다면 박 위원장은 '멘토정치'다. 박 위원장이 비대위를 구성할 때 스승을 모셔오듯 공을 들인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70대 노(老)정치인(김종인 위원)부터 아들뻘인 26세 봉사단체를 이끄는 사업가(이준석 위원), '벤처 1세대' 기업가(조현정 위원), 어린이 복리 증진에 힘써온 학자(이양희 위원)까지. 이들로부터 여러차례 거절을 당했음에도 박 전 대표가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짜여진 진용이다.
이로 인해 천막당사 시절부터 당을 살리려 늘상 나 홀로 뛰다시피했던 박 위원장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들었다. 대신 여러 멘토들로 시선이 분산돼 개성있는 당 얼굴이 여러 개로 보이는 효과를 거둔 것. 하지만 멘토정치는 이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 교수가 올초 청춘콘서트를 시작하며 유행시킨 것이고, '시골의사' 박경철처럼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없어 얼마만큼 파괴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안철수 견제= 비대위 인물 중 이준석ㆍ조현정 위원을 놓고선 다분히 박 위원장의 대권경쟁후보인 안철수 원장을 의식한 인사라는 지적도 있다. 이 위원은 서울 과학고와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교육벤처기업인 클라세스튜디오를 창업한 인재로, 저소득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과외를 해주는 '배나사(배움을 나누는 사람들)'를 만들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마치 안 원장이 젊은 나이에 떼돈을 벌 수 있었음에도 무료백신을 유포한 것을 연상케하는 대목이다.
비트컴퓨터 대표인 조 위원은 1세대 벤처기업인으로 1995년 안철수연구소를 세운 안 원장보다 앞서 벤처시대를 열었다. 조 위원은 대학 3학년에 재학중이던 1983년 450만원의 자본금, 직원 2명으로, 호텔 객실에서 회사를 창업했다. 젊은 벤처인의 이미지를 차용해 안철수를 누른다는 이른바 차도지계(借刀之計·남의 칼을 빌려 상대를 친다는 뜻)다.
심나영 기자 s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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