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라이온 킹 Lion King'이 개봉된 1994년은 2D 영화의 전성시대였다. 아니, 더 자세히 말하면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혼자 북 치고 장구 쳤던 시기라고 하는 편이 맞다. 실사 영화들에 밀려 더 이상 관객들이 극장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을 볼 수 없던 시절, 월트 디즈니가 1989년 내놓은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The Little Mermaid'는 놀라운 요술을 부렸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익숙한 내러티브와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공들인 그림, 거기에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타일의 노래와 스코어를 무기로 장착한 '인어공주'는 미국에서 제작비의 두 배가 넘는 1억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리는 데 성공하며 장편 애니메이션 장르를 되살렸다. 후속작 '미녀와 야수 Beauty and the Beast'의 흥행 성공에 이어 나온 '라이온 킹'은 무려 3억 달러의 메가 히트를 기록했으며, 미국 아카데미상에서도 2개 부문이나 수상했다. '라이온 킹'은 일반 관객과 평단 모두를 만족시키며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왕 자리에 등극했다.
상전벽해(桑田碧海)했다. 그로부터 17년의 시간이 지난 2011년은 가히 3차원(3D) 시대다. '짱짱'한 입체 화면에 매혹된 관객들은 이제 밋밋한 평면 2D 애니메이션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애니메이션의 명가' 월트 디즈니가 자존심이 상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 찬란했던 영광이 과거의 유산으로 치부될 무렵 '라이온 킹'이 3D로 무장하고 새롭게 개봉됐다. '라이온 킹 3D'는 무려 9개월의 제작 기간 동안 60명이 넘는 테크니션들이 달라붙어 정서적 깊이감을 더한 깊이의 3D 영화로 재 탄생했다.
반갑다. 다시는 극장에서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걸작 애니메이션을 대형 스크린으로 다시 만나는 경험은 짜릿했다. 3D 역시 기대 이상의 성과다. 최대한 부각된 입체 효과 그 자체가 메인 이벤트가 되는 여느 실사 3D 영화와는 달리 '라이온 킹'은 전통적인 애니메이션의 매력과 장점을 3D라는 형식과 도구를 통해 보여준다. 2D 기본에 3D로 포인트를 주니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지고,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박진감은 더한다. 마지막으로, 엘튼 존의 목소리로 영화의 주제곡 '오늘 밤 사랑을 느낄 수 있나요?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을 극장에서 다시 듣는 느낌은 뭉클하고 알싸하다. '라이온 킹 3D'는 러닝 타임 90분 동안 17년의 '타임 슬립'을 가능하게 하는 마법과도 같은 영화다. 사실,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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