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나비 두 마리 날면서 짝짓기를 하는데
재수없게도 거미줄에 걸려 숨을 거둔다
개미놈들이 떨어지는 날개를 주워먹으려고 싸우는데
잔머리 굴리기와 명성에 집착하기, 모두 헛꿈이 아니더냐
황정견 '의접도(蟻蝶圖)'
■ 자연 속의 한 풍경을 날렵하게 떠낸 듯 생생하다. 나비 두 마리가 제 욕망에 취해 주위를 살피지 못했다. 재수가 좋았다면 별 일 없었을 수도 있으나 그렇지 못했다. '우연'이란 맥락이 감춰진 것이다. 그러나 거미가 거기다가 투명한 망을 쳐놓은 게 어찌 우연이랴. 그 또한 계략이 있었다. 거미줄에 걸린 나비가 발버둥을 치니 날개 부스러기가 후두둑 떨어진다. 그런데 아래에는 개미들이 이 먹이를 서로 먹으려고 다투고 있다. 개미떼는 남의 불행을 이용해서 뭔가 이익을 차리려는 무리들이다.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나비를 노리는 거미줄도 밉지만, 그보다 죽어가는 나비의 깃털을 뺏는 놈은 더 밉다. 이 대목에서 황정견의 깊은 상처와 적개심을 느낀다. 그렇게 쏟아내는 온갖 계략(策)과 그래서 뽐내는 이름(勳)은 오래 갈 줄 아느냐. 눈 한번 뜨면 사라지고 없는 남가지몽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