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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왕유 '冬夜書懷(동야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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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왕유 '冬夜書懷(동야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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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이 차갑고 길다 / 밤 시각을 알리는 궁궐의 북소리 / 하얗게 언 풀 위에 서리가 짙은데 / 앙상한 나무에 맑은 달빛 비친다
고운 옷은 홀쭉한 얼굴에 어려 번들거리고 / 붉은 등불은 흰 머리를 비추는데 / 왕실이 젊은 사람을 높은데 앉히니 / 그림자 돌아보며 입궐을 부끄러워 하네


왕유 '冬夜書懷(동야서회)'


■ 인생도 겨울이 있다. 겨울밤 늙은 왕유에게 입궐하라는 어명이 왔다. 궁궐로 들어가면서 본 풍경들이 그림같다. 마른 나무 줄기 사이로 달빛이 비친다. 차려입은 관복의 빛과 붉은 등불이 늙은 얼굴과 흰 머리를 비춘다. 왕유가 자신의 노쇠에 마음을 쓰는 까닭은, 왕실이 젊은 사람을 발탁하는 일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늙은 자신을 돌아보니, 아직도 벼슬 자리에 있는 게 부끄럽다. 왕실에 대한 완곡한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도 늙어가는 인생에 대한 슬픔이 더 짙게 깔려 있다. 어디 왕유만 그렇겠는가. 회사에서 명퇴를 요구할까봐 불안 속에서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 요즘 40대, 50대들은 모두 '고영참조알(顧影慙朝謁)'의 심정이다. 차려입은 양복 위엔 주름진 얼굴이 들어있고 번들거리는 회사의 통유리엔 희끗희끗한 머리가 비친다. 마침 계절도 겨울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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