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터키학살 부인 금지 법안으로 양국간 갈등고조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프랑스와 터키 정부간 아르메니아인 대량학살 관련 갈등으로 프랑스-이탈리아가 터키에 판매하려던 미사일이 유탄을 맞았다.
현지시간 23일 외신들에 따르면 프랑스 하원은 지난 22일 제1차 세계대전 당시인 1915년에서 1918년까지 터키군이 자행한 아르메니아인 ‘대량학살’ 사건을 부인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5만8700 달러의 벌금과 1년의 징역형을 부과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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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발해 터키 정부는 양국 정치권의 상호방문 중단,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으로서의 군사협력 중단, 파리 주재 대사 소환 등의 보복 조치를 취했다.
특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2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프랑스는 1945년부터 1962년까지 식민통치기간중 알제리 전체 인구의 15%로 추정되는 사람을 대량학살했다. 이는 ‘인종청소’”라고 비난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선거를 위해 이슬람교도와 터키인들에 대한 증오를 부채질하고 있다”면서 “500만명의 이슬람교도들이 사는 프랑스에서 일어난 이번 표결은 인종차별, 차별, 이슬람에 대한 공포 등이 프랑스와 유럽에서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명백히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터키가 프랑스와 군사협력을 중단함으로써 불똥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합작사가 공동개발한 ‘아스터 30’ 방공시스템으로 튀고 있다.
미국의 국방관련 뉴스 전문사이트인 디펜스뉴스는 23일 이번 갈등으로 ‘아스터30’ 미사일시스템의 터키 판매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방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프랑스 전자회사 탈레스와 유럽의 유명한 미사일 제조업체인 MBDA의 합작사인 유로샘(Eursam)은 지상기지용 중거리대공미사일 시스템인 SAMP/T의 주 계약자이다.
SAMP/T는 MBDA의 아스터30 미사일과 탈레스의 애러벨 다기능 레이더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길이 4.9m,무게 450kg,직경 18cm이며, 사거리는 2~120km, 최고 비행고도는 20km이며 마하 4.5의 속도로 전술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전투기,무인기를 파괴할 수 있다.
프랑스는 육군용과 해군용으로 각각 6개 포대를 주문했고 이탈리아도 6개 포대를 주문했으며, 영국과 이탈리아 등의 함정도 배치해놓고 있다.
문제는 터키의 방공 및 미사일 도입 입찰에는 유로샘이 개발한 SAMP/T시스템만 달려든 게 아니라는 점이다.
터키의 장거리 대공방어시스템 입찰에는 한국과 독일 등에 배치돼 있는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언이 생산한 ‘패트리어트’를 비롯해 러시아 국영업체인 로소보론엑스포르트가 팔고 있는 ‘S300’, 중국 정밀기계수출입공사(CPMIMEC)의 ‘HQ-9’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터키가 등을 돌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터키내에서 MBDA는 이탈리아가 주도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아구스타웨스트랜드와 터키항공산업간 T-129경공격헬리콥 터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는 것을 비롯, 터키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러시아나 중국제를 선택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가 나토의 기밀에 접근할 수 있다며 터키측에 반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터키의 우방국인 미국의 패트리어트가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기술이전을 통해 자체 대공 방어망을 구축하려는 터키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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