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위주 대출 관행 탈피 주문
우리금융 민영화는 메가뱅크 바람직…매각 대상 제한하면 제값 못 받아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박병원(사진) 전국은행연합회장은 22일 "은행들이 서비스산업이나 중소기업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한 지 한달 남짓 된 박 회장은 이날 서울 을지로 은행연합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대기업 및 수출 위주로 성장 불균형이 심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제언했다.
아직까지도 은행들이 담보 위주로 자금을 지원하는 관행 때문에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에 대한 금융 지원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박 회장은 은행들이 고용 창출에도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무조건 인원을 늘릴 수는 없지만 역량을 강화해 새로운 일감을 만들면 고용을 확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들은 올해 고졸 1057명을 포함해 총 9621명을 채용했다. 내년에는 고졸 873명을 비롯해 총 6659명을 새로 뽑을 계획이다. 아직 채용 계획을 정하지 않은 몇몇 은행들을 더하면 신규 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올해 은행들이 대규모 명예퇴직 등을 실시한 점을 감안하면 고용 효과는 반감된다.
박 회장은 "명예퇴직으로 당장은 고용이 감소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며 "인수·합병(M&A)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도 장기적으로는 고용을 확대할 여력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졸 채용 확대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고졸을 채용해도 되는 자리에 대졸을 뽑으면 은행 입장에선 낭비적 투자"라면서도 "정부가 종용할 문제는 아니고 기업들이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서는 "가계부채로 인해 당장 은행이 부실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 문제는 관련 당국에서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풀어주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미 가계부채가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LTV랑 DTI를 푸는 것은 안 맞다"며 "LTV랑 DTI를 푸는 건 집값 상승을 바라는 투자를 조장하자는 얘긴데 집값을 안정화하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산은금융과 기업은행 등을 묶은 '메가뱅크'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박 회장은 "사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덩치가 아무리 커도 매력이 있으면 사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은행을 외국계 자본에 넘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왜 국내에만 꼭 팔아야 하냐"고 반문하며 "조건을 많이 걸수록 제값을 못 받게 되고 민영화도 어려워진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든 매수 주체 제한이든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이미 국내 대형 은행지주 주식의 60% 가량이 외국인 지분"이라며 "누구든지 돈만 많이 내면 은행 주식을 팔아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은행 주식 가치 상승을 바라는 주주 입장에서도 그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사모펀드의 은행 경영에 대해서는 "단기로 투자하는 사모펀드에 은행 경영권을 넘기는 건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5% 안팎의 지분 투자 길은 열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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