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00km까지 가솔린차와 성능 비슷..승차감은 더 좋아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기아차가 내놓은 국내 첫 양산형 전기차 레이EV는 외관상으로는 전혀 전기차 느낌이 나지 않았다.
그동안 시범 운행됐던 전기차가 거대한 배터리로 인해 내부 공간을 많이 차지했지만 레이EV는 배터리를 바닥에 탑재하고 모든 부품을 모듈화하면서 장점인 널찍한 내부 공간을 구현했다.
22일 경기도 화성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레이EV를 시승했다. 구간은 왕복 1.6km에 달하는 거리에서 이뤄진 시승에서 전기차의 주행성능에 초점을 맞췄다.
여느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시동을 걸었을 때 소음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계기판 등에 불빛이 들어오고 한가운데 'READY'라는 표시등에 불이 켜진 것으로 시동이 걸렸음을 알 수 있었다.
자동변속기 레버를 'D'에 놓고 브레이크페달에서 발을 떼자 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D' 옆에는 'E'와 'B'라는 글자가 조그맣게 표시돼 있었는데 'E'는 '에코(Eco)' 모드, 'B'는 '배터리(Battery)'를 나타냈다.
동승했던 기아차 연구원은 "에코모드에서는 가속성능이 약간 떨어지는 대신 배터리 수명이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시속 60km까지는 가솔린차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소음이 적어 승차감이 훨씬 좋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속 60km에서 변속기 레버를 'E'모드에 놓자 가속 성능이 약간 떨어졌다.
감속구간에서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자 속도가 줄면서 몸이 앞으로 약간 쏠렸다. 제동에너지를 배터리로 저장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후 가속 페달을 최대한 밟아 속도를 최고로 높였다. 속도계 바늘이 꾸준히 올라가더니 100km/h를 넘었고 130km도 넘어섰다. 거리가 800m 정도 됐는데, 주행거리가 좀 더 길었다면 최고 속도 150km/h에 도달했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시승후 느낌은 레이EV가 단거리에서는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성능이 가솔린차 못잖게 무난했다. 회사 측은 레이EV의 최대토크가 가솔린 환산시 17.0km로 가솔린 모델의 두배, 최고출력도 68마력에 달한다고 밝혔다.
매력적인 부분은 아무래도 유지비다. 전기료 2000원이면 292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가솔린 레이가 2000원으로 17km를 간다는 것과 비교하면 효율이 월등히 높다고 볼 수 있다.
이기상 현대·기아차 환경차 시스템개발실장은 "1만km 주행시 레이 가솔린차량의 연료비가 114만7000원인데 반해 전기차는 9만4000원 수준"이라면서 "연간 기준으로 105만원 절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충전시간도 완속의 경우 6시간이지만 급속충전의 경우 25분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 충전기 개수가 확대되고 차값이 내려간다면 국내 도로 환경에서는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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