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사업계획 아직 확정 못해
시장 침체로 비상경영도 검토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마이크 아카몬 한국GM 사장이 21일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매년 연말이 되면 휴가를 겸해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하지만 올해는 업무에 더 비중을 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아카몬 사장이 미국 본사를 찾는 이유는 2012년 사업계획을 아직 확정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 르노삼성 등 국내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이미 내년 사업목표를 결정지은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GM이 GM의 일원인 만큼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본사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면서 "이번 출장에서 내년 계획을 마무리 지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내년 사업을 준비하는 아카몬 사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년에도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갖가지 원가 상승요인이 겹치면서 목표 설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한국GM은 내년 판매대수를 올해보다 20% 이상 늘린다는 방침이었지만 유럽발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11월 이후에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입장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년 시장상황이 안갯속에 빠져들면서 이마저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보다 신차가 적다는 점도 부담이다.
특히 해외 시장 침체가 아카몬 사장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한국GM의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은 무려 90%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한국GM 협력사 고위 관계자는 "선진국 시장이 워낙 불투명해 한국GM 내부에서 수출 계획 등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있다"면서 "비상경영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카몬 사장은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일단 내부 단속을 지시했다. 판매를 높이기 위해 품질이라는 근본을 최우선으로 확인하라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협력사에는 최근 '품질에 각별히 신경쓰라'는 내용의 협조문을 보냈다.
협력사 고위 관계자는 "품질문제는 항상 강조하는 사항이지만 연말에 이 같이 당부한 적은 드물다"고 밝혔다.
아카몬 사장은 이번 출장길에 미국 디트로이트 본사와 고향인 캐나다를 잇달아 방문하며 내년 1월 초 예정된 디트로이트모터쇼까지 둘러본 후 한국GM에 복귀할 예정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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