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시간 걸친 검찰 소환조사
"수고했다" 인사 건내는 여유까지
사법처리 수위 관심 집중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회사자금 횡령 및 선물투자 의혹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시간에 걸친 강도높은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19일 오전 9시25분께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두한 최 회장은 20일 오전 5시35분께 조사를 마치고 나왔다.
최 회장은 오해를 충분히 소명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소명할 만큼 소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횡령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오늘은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며 대기 중인 차량에 올랐다.
피곤한 표정으로 검찰 청사를 나왔지만 취재진을 향해 "수고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검찰은 최 회장을 상대로 SK그룹 계열사가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이하 베넥스)에 투자한 자금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지시를 하거나 사전 보고를 받은 적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최재원 부회장에 이어 최 회장을 강도높게 조사한 검찰은 조만간 최 회장 형제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측은 형제가 모두 사법처리를 받는 최악의 경우 그룹의 경영 공백까지 우려하고 있다.
최 회장은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부회장과 함께 SK계열사들이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 가운데 497억 원을 빼돌려 총수 개인의 투자금으로 사용하는데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1일과 7일 검찰은 최 부회장을 소환해 강도높은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최 부회장이 투자금 횡령에 상당부분 연루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최 부회장이 그룹사 자금을 움직일만한 위치가 아니었다고 보고 최 회장이 이에 대한 보고를 받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사를 통해 최 회장이 얼마나 관여됐는지에 따라 최 회장 형제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모두 그룹내 핵심 경영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처리 수위에 따라 그룹 경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이번 검찰 수사로 인한 사법처리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도 주요 사업계획 및 투자를 확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칫 경영 공백이 나타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이번 그룹 총수의 소환조사로 대내외적으로 '행복한 기업'을 표방해왔던 그룹 이미지에 타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번 자금 횡령 사건의 핵심인물로 알려진 김준홍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14일 검찰에 의해 기소된 상태다.
한편 최 회장은 8년만에 검찰에 출두, 조사를 받는 불명예를 기록하게 됐다.
그는 SK 대표이사 회장이던 지난 2003년 1조5천억원대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실형을 받았고, 200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뒤 그해 8·15 특별사면을 받았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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