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재개발 민원인과 '청책토론'
[아시아경제 정선은 기자]"뉴타운이 열병처럼 헤집은 지 수년이다. 그동안 이를 둘러싼 갈등, 삶의 불안정, 공동체 파괴 등 서울시 곳곳에 미친 영향을 말로 다 못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전9시 서소문청사에서 뉴타운·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대한 민원인들과 직접 만난 자리에서 건넨 인사말이다. '열병'처럼 번진 뉴타운에 대한 박 시장의 고민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날 자리는 지난달 11일 뉴타운 주민대표 등 8명의 의견을 들으려 마련됐던 1차 원탁토론에 이어 마련된 청책(聽策)워크숍이다. 이름답게 그야말로 뉴타운 주민의 의견을 듣겠다는 자리다. 박 시장을 비롯해 김효수 주택본부장, 서채란·변창흠 정책자문위원 등과 주민대표 15명이 참석했다. 행사장 1층 로비에서는 미처 들어가지 못한 주민들이 몰리면서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박 시장은 그간 뉴타운에 대한 고민은 여러 차례 밝혀온 바 있다. 지난달 온라인 취임식 뒤 덕수궁 대한문 시민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3년 뒤에 머리가 벗겨지면 뉴타운 때문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박 시장은 모두발언에서 "서울시장이 된 지 두 달 가까이 되는데 가장 고민하고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뉴타운"이라며 "어느 행사, 자리에서든 뉴타운 하소연이 있었는데 여러분 고통과 비교하겠냐"고 뉴타운 주민들을 위로했다.
이어 그는 "여러분이 주신 말씀이 100% 반영될 순 없지만 심각한 갈등을 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여러분의 말씀을 귀담아 듣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민 대표들은 "주민 갈등만 부추키고 재산권 행사를 제약한다", " 분담금이나 관리비가 얼마인지 사전에 충분히 알려주지 않았다", "노후도가 심하지 않은곳도 뉴타운으로 일괄지정", "현금청산이라도 하고 떠나고 싶은 심정" 등의 하소연을 쏟아냈다.
박 시장은 이와관련 "뉴타운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하며 "주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는 동의없이 형식적으로 도장을 찍어서 시작된 것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오세훈 전 시장이 이미 시작했던 휴먼타운을 발전시켜서 원주민이 쫓겨나지 않고 살 만한 곳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오는 22일 뉴타운 재개발을 찬성하는 주민대표들과 한차례 더 워크숍을 한 뒤 정책자문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내년 1월께 종합적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정선은 기자 dmsdlu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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