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반드시 살아 돌아오겠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앞다투어 '사지(死地)'에 뛰어들겠다는 의원들의 출사표 줄을 잇고 있다. 한나라당 비례대표들이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강남'으로 몰려가는 상황에서 이들의 행보는 파격적이다.
3선의 김부겸 민주당 의원(경기 군포ㆍ53)는 15일 내년 총선에서 고향인 대구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첫 일성은 "지역주의의 벽을 넘겠다"는 것. 김 의원는 "박근혜 전 대표의 아성, 30년간 일당 독식의 아성을 총ㆍ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만들겠다"고 했. 그는 "故 제정구 의원이 '의미없는 3선보다 초선으로 장렬히 전사하겠다'고 말한 게 생각난다"면서 "내가 먼저 내려놓겠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그의 대구행은 1983년 대구 미 문화원 폭파 기도 사건에 연루돼 첫딸을 안고 서울 부암동으로 쫓겨온 지 근 20년 만이다. 한 당직자는 "중진의원이 '불모지'를 선택한 것은 불출마 선언보다 어려운 정치적 결단"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에서는 이정현 의원(비례대표·53)이 일찌감치 광주 서구 을에 출사표를 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 자리도 내놓은 이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이 27년만에 광주에서 당선되는 역사를 만들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호남 출신 그는 17대 총선 출마해 전체 투표자의 1.0%인 720표를 얻은 '아픈 경험'도 있다.
지난 4년간 이 의원은 '호남 예산 지킴이'를 자처했다. 3분간 연설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호남에 다녀왔을 정도로 지난 지역구에 공을 들여왔다. 그 결과 지난 10월 말에 광주 빛고을시민체육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 무려 5000여명이 몰렸다. 이 의원은 김부겸 의원 출마선언에 대해 "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라며 "전국정당의 꿈을 꾼다면 누군가는 앞장서서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산 유일의 야당 재선 의원인 조경태 의원(43)은 3선에 도전할 계획이다. 20대 후반 민주당 간판으로 15-16대 총선에서 출마해 낙선했다가 절치 부심끝에 재선한 조 의원은 "지역주민들과 신뢰 구축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료 김부겸 의원의 결단에 대해 “다소 늦었지만 영남에서 저와 같이 지역주의의 벽을 뛰어넘자”고 호소했다.
이밖에도 서울 광진 갑 재선 의원 출신인 김영춘 민주당 최고의원도 13일 부산 진 갑에 예비 후보등록을 마쳤고, 4선의 장영달 전 의원도 원래 지역구인 전북 전주 완산 갑 대신 경남 의령-함안-합천 출마를 선언했다.
여의도상황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TK(대구 경북)는 영남권에서 민주당의 사지고, 광주는 한나라당의 무덤"이라며 "이들의 도전이 성공한다면 우리나라 정당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된다"고 평가했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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