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솔 기자]'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물거품이 된 것일까? 코스피가 사흘 연속 약세를 보이며 어느새 1820선마저 밑돌았다. 외국인 투자자가 현·선물 매도 공세를 펴며 지수를 끌어내렸고 원·달러 환율은 6거래일 째 상승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16일 시장 전문가들은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시장의 방향성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틈새 투자기회'를 찾기 위한 노력에는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달러 강세-상품 가격' 하락을 이용한 전략, 삼성전자와 코스피의 과거 흐름을 이용한 전략 등이 유효하다는 조언이다.
◆조병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얼마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주식시장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변수는 그리스나 이탈리아 같은 위험국가였다. 하지만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유로존의 맹주 격인 독일이다. 신용평가사들이 혹평한 바와 같이 이번 EU정상회의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 확대나 유로본드의 도입과 같은 안건이 무산된 이유도 독일의 반대때문이었다.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유럽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유럽의 불확실한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독일의 태도 변화다. 독일의 강경한 태도를 미루어 볼 때 변화가 쉽게 이루어지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EU정상회의 이전과 비교했을 때, 추가로 상황이 악화된 것도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EU정상회의 전부터 진행되던 증시의 박스권 움직임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따라서 특별히 추가로 악재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1800선 부근의 지지력은 유효할 것으로 본다.
◆박중섭 대신증권 애널리스트=최근의 달러 강세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은 아니다. 그렇지만 달러 강세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상품 가격의 하락은 업종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상품 가격 하락을 이용한 투자전략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우선 상품가격 하락으로 직접적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는 업종을 선택해 볼 수 있다. 항공과 음식료 업종이 대표적인데, 과거 국제유가(전년동월비)가 하락하는 구간에서 항공주의 주가는 코스피 대비 높은 성과를 냈다. 항공유 가격이 하락하며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는 덕분이다. 음식료 업종 역시 곡물 가격이 하락하며, 원재료비 절감 혜택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상품가격 하락으로 인한 국내 물가 하락과 그에 따른 소매판매액 지수의 상승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소매판매액 지수의 상승은 승용차, 가전제품, 컴퓨터 및 통신, 가구 등의 소비증가에 기인한다. 자동차나 가전업체들의 매출은 해외 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관련주가 받는 긍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이들 제품을 취급하는 유통사(백화점, 마트 등)의 경우는 수혜를 누릴 수 있다.
◆최동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삼성전자와 IT부품주의 상대적 강세가 중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가 기간 조정 양상을 보일 수는 있지만 강세 국면은 유지되고 있다. 지지력이 기대되는 하단은 주당 99만원선이다. 신규 매수를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99만~100만원의 지지력을 확인하는 매수, 매도 시점을 고민하는 투자자라면 종가 기준 99만원의 이탈을 확인하는 게 좋겠다. 상대 수익률의 관점에서는 11월 보다 개선된 시그널들이 확인된다. 2001년 1월2일을 기준으로 한 코스피와의 상대수익률에서 삼성전자는 올 11월 1.6배, 12월에는 1.7배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코스피 대비 70% 아웃퍼폼이 지속된 경우는 2003년7월~2004년4월(2001년 이후 기준)이 유일하다. 당시 코스닥 IT부품주들의 상승랠리가 함께 나타났는데 같은 기간 추세 반전이 확인됐던 코스닥 상승률 상위 20종목 중 12개 종목이 IT부품주였다.
삼성전자의 시세 분출 과정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의 구조적 팽창이 나타나야 한다. 즉 삼성전자 주도 하에 지수가 상승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미국 애풀사의 중 기 상승 추세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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