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붉게피는 남쪽나라 내고향, 언덕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자주고름 입에물고 눈물 젖어 이별가를 불러주던 못잊을 사람아. 달뜨는 저녁이면 노래하던 동창생, 천리객창 북두성이 서럽습니다. 작년봄에 모여앉아 찍은사진 하염없이 바라보니 즐거운 시절아
![[아, 저詩]백난아 노래 '찔레꽃'](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1121510432000011_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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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좋아하는, 옛 직장선배인 L형은, 노래방이든, 마이크 없는 술자리든, 옛날노래 찔레꽃을 부른다. 장사익의 노래보다 훨씬 오래된 그 노래.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 삼간, 그립습니다,로 시작하는 구성진 그 노래를, 형은 필사적으로 부른다. 아무도 그의 노래를 중단할 수 없는 까닭은 노래의 곡조 위에 야윈 그의 전체중을 싣기 때문이다. 박자도 때로 맞지 않고, 술기운이 가사까지 삼켜버렸을 때에도, 늘 그의 신명에는 찔레꽃이 핀다. 그를 따르는 후배들은 아예 이 애창곡을 따서 <찔레꽃 동인>을 만들었다. 이때 찔레꽃은 바로 시가 피어나는, 처연한 순정의 꽃둘레이다. 시를 쓰는 일은, 방울방울 피를 뿜는 일이라고, 우린 농담 삼아 말하지만, 저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한 무리를 이룬 동심(同心)이 정말 찔레꽃처럼 피는 기분이다. 그 반박자 늦는 노래가, 붉은 시처럼 그립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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