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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 살리자①] 건설업계에 '부도 도미노'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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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半이 이자도 못갚는 수익

[아시아경제 조철현 기자] 대한민국 건설산업이 '시계 제로(0)' 상태다. 건설공사 물량 감소에 따른 일거리 부족,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 금융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회수 압박, 부도 업체 급증 등으로 위기감은 커지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건설산업의 위기는 비단 건설업계의 추락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건설은 서민경제와 가장 밀접하고 지역경제의 초석이 되는 산업이다. 건설업의 위기를 방치하면 경제 성장률 하락은 물론 금융사의 동반부실 및 주택공급 차질 등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위기라고 하는 지금이야 말로 정부와 건설업계 모두가 나서 머리를 맞대고 위기 탈출을 위한 돌파구를 찾을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이에 본지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국내 건설산업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침체 터널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건설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공공공사 발주 물량은 갈수록 줄고, 주택시장은 장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회수 압박의 수위를 높이며 건설사들의 목을 조르고 있다. 일부 대형 건설업체들은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뚫고 있지만, 해외 진출 여력이 없는 대다수의 건설사는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호재는 없고 악재만 가득한 형국이다.


이러다보니 건설업계에 '부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건설사 가운데 25개사는 이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 상태다. 상위 건설사 4곳 중 1곳이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셈이다. 올 들어서만 진흥기업, LIG건설, 임광토건 등 중견업체 9곳이 무너졌다.


◆일감 부족으로 '체력 고갈'=건설업이 붕괴 위기로 내몰린 가장 큰 이유는 일감(먹거리) 감소다. 국내 건설공사 물량은 2007년 127조9000억원을 기록한 뒤 4년 연속 줄고 있다. 올해에는 103조원 수준으로 간신히 100조원대에 턱걸이할 전망이다.


먹거리 감소는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전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건설업체의 곶간을 책임졌던 주택사업은 이미 찬밥신세가 된지 오래다. 신규 분양시장에서 청약 열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지방 일부 지역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오히려 사고 사업장(준공후 미분양 단지)이 가득하다.


건설업계 일감의 한 축을 담당했던 공공 공사 발주 물량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공공 부문 수주액은 38조2368억원으로 전년(58조4875억원)보다 34.6%나 줄었다. 올해 전망치는 32조원으로 지난해 비해 16.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올해에는 4대강 살리기 사업 같은 대규모 공공 발주도 적지 않았지만 내년부터는 이마저도 없어진다. 한 중견건설업체 임원은 "내년 예산이 복지부문 확대 쪽으로 편성되면서 공공부문 일감은 더 줄어들 것 같다"며 "건설사가 수주를 못하면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통해 몇 년은 연명하겠지만 결국 고사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업체간 과당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도 건설업계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일감 부족에 시달리는 건설사들이 특정 프로젝트 공사 물량에 몰려들면서 수주가 어려운 것은 물론 공사를 따내더라도 저가 수주로 수익성은 크게 떨어진 상태"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건설업체들의 경영난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상장 건설사 104곳 중 30%가 적자를 면치 못했다. 또 상장 건설사 절반 가량(47.1%)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신세가 됐다. 협회 관계자는 "저가 낙찰에 공사비마저 박해지면서 실행률이 악화된 상태에서 금융권 이자 부담마저 커지고 있다"며 "지금은 일부 대형 건설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언제든 부도에 직면할 수 있는 '응급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돈줄' 죄기…'퇴출' 공포 확산=무리한 PF 대출도 건설업 위기의 원인이다. 은행 대출로 아파트를 지었는데 부동산시장 침체로 팔리지 않아 투자금 회수가 늦어지면서 '돈맥경화'가 생겼고, 꾼 돈을 갚기 위해 또다시 대출을 받는 악순환에 빠지면서 결국 고꾸라지는 건설사들이 속출한 것이다. 최근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신청한 건설업체 대부분은 PF 대출에 발목이 잡혀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의 지나친 리스크 회피가 건설사들의 단기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많다. 금융권이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회수에 적극 나서면서 PF 대출 만기 연장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건설사들한테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최근 워크아웃에 들어간 고려개발의 경우 용인 성복지구 PF 채권단이 처음에는 4%대의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줬다가 금융위기 이후 최고 15%의 고금리로 대출 조건을 바뀌면서 회사의 자금난을 키웠다.


앞날은 더욱 비관적이다. 9월 말 현재 은행권의 PF 대출 잔액은 32조2000억원, 증권 회사의 PF대출 잔액은 1조84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액수는 각각 4조5000억원, 800억원에 이른다.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회사가 앞으로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90여개 건설사가 무더기로 공공공사 입찰 제한 제재를 받을 전망이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조달청은 지난달 말 최저가 낙찰제 공사 입찰시 허위증명서를 제출한 건설사들을 부정당 업체로 지정하고 앞으로 3~9개월간 공공공사 입찰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계가 패닉(공황상태)에 빠져 있다"며 "건설회사의 연쇄 부도로 건설산업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현 기자 choch@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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