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솔 기자]전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벨기에 브뤼셀로 집중됐던 지난 주말, EU 정상들은 진통 끝에 '신 재정협약'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EU 차원에서 회원국들의 살림살이를 감시하고 제재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다. 유럽안정화기구(ESM)를 당초 계획 보다 빨리 도입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함께 운용하는 방안과 유로존 각국 중앙은행들이 IMF에 2000억유로를 내놓고 IMF가 유로존 위험국가들을 지원하는 대책도 이번 회의를 통해 마련됐다.
12일 시장 전문가들은 EU정상회의의 성과를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만한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럽과 관련한 잡음이 시장을 출렁이게 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데다 이번 주로 예정된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정부의 '긴축 완화' 의지가 또다시 표명될 것이라는 점에 기대를 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9일(현지시간) EU정상회의에서 유로존 재정위기 해소를 위한 중간과정인 새로운 재정협약 체결에 합의했다. 장기적으로 유로본드 발행이나 유럽중앙은행(ECB)의 시장 개입과 같은 최종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여건이 형성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당장 시장 신뢰를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시장에서 요구하는 유로존 국채에 대한 최종 대부자로서의 ECB 기능 확대에 대해 독일의 거부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유로존 재정위기와 관련해서는 공포와 안도의 '파도타기'가 이어질 것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만기가 집중된 내년 2월 이전까지는 국채 금리가 급등하지 않는 이상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된 우려는 소강상태를 보일 수 있지만 신용 평가사 S&P와 무디스의 유로존 국가신용등급 강등에 따라 혼란이 올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번 주에는 12~14일로 예정된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정부의 통화정책 기조가 변화할 지 여부가 시장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본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EU정상회의가 '재정개혁과 감시'라는 수단으로 유럽 문제의 근본적 해법에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이전 정상회의들과 다른 점이다. EU정상회의 이후 일부 실망매물이 나오면서 주가가 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 그것은 일시적이고 연말까지는 상승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유럽 이외에 중국이나 미국에서 연말 증시 상승을 견인할 수 있는 재료가 나올 수 있다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정책 당국의 긴축완화와 내수부양이 내년 주요한 정책 방향이라는 사실을 천명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미국의 소비심리나 고용지표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 배당수익률이 지난해 보다 높을 것으로 보여 배당을 겨냥한 프로그램 매수세가 추가로 들어올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이는 연초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주가에 부담 이 될 수 있지만 지금 당장은 수급에 긍정적 뉴스다.
◆이재만 동양증권 애널리스트=EU정상회의에서 독일 주도로 새로운 재정협약을 만들었다. 균형재정 이상의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구조적인 부채 수준을 GDP의 0.5% 이내로 유지한다는 원칙을 만들고, 재정적자 규칙을 어긴 회원국에 대해서는 자동적 제재와 시정 조치를 실행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다. 위험 국가에 대해서는 예산감시 등을 통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편 EU는 IMF에 2000억유로의 자금을 양자차관의 형태로 추가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완충장치가 하나 더 확보된 셈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다. 먼저 단기적 자금조달 문제인데 지금 당장 자금조달과 관련해 논의된 사항은 IMF에 대한 EU 회원국들의 추가 출연밖에는 없고 2000억 유로라는 자금 규모 자체도 그리 넉넉한 것은 아니다. 올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만 합쳐도 2079억유로다. ECB의 추가 개입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도 한계다. 아직 ECB는 국채 매입을 확대하겠다는 공식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유럽이 어지러운 와중에도 미국과 중국은 시장의 돌파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경기회복과 금융시장 개선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달 지급준비율 인하 이후 중국의 추가적 통화완화정책 실행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이번 주에도 미국과 중국이 시장의 버팀목이 되어 줄 것으로 본다. 11~12월 연말 쇼핑시즌 효과로 미국 소비경기와 심리가 상당히 양호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주 발표되는 중국의 통화량 관련 지표들은 추가적 통화긴축 완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높여줄 것으로 본다. 유럽 부담의 경감과 G2(미국, 중국)의 양호한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코스피 추가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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