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민주당이 야권통합을 의결하기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극심한 내홍을 겪고있다.
8일 오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전국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또 다시 몸싸움이 벌어졌다. 지난 달 23일 열린 중앙위원에서 통합파와 반대파간 간헐적으로 충돌이 발생한데 이어 또 다시 난투극이 발생한 것.
이날 연석회의는 11일 열리는 전대를 앞두고 통합준비모임의 합의사항을 설명하고, 지역위원장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통합을 놓고 찬반 토론을 벌이는 과정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고, 급기야 주먹다툼으로 번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몸싸움의 발단은 당권주자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발언이 끝나면서 시작됐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날 손학규 대표가 야권통합과 관련해 자신과의 약속을 파기하고 일방적으로 지도부 선출룰을 합의했다고 강력 비판했다. 그는 특히 "혼자 남아도 비장한 각오로 민주당을 지키는 소수의 세력을 안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가 발언을 마치자 회의장 곳곳에선 "옳소"라는 맞장구가 나왔다. 이어 윤호중 전 의원이 발언대에 서자 일부 당원들은 "이런 통합 왜하냐", "통합에 반대한다"고 목청을 높였고, 홍영표 원내대변인이 "발언권이 없는 사람은 발언을 하지 말라"고 만류했다.
이에 근처에 있던 당원들이 홍 대변인을 둘러싸면서 주먹다짐이 시작됐고, 이후 당직자들과 당원들이 뒤엉켰다. 고성과 욕설도 터져 나왔다.
한 지역위원장은 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의총에서) 홍 대변인이 '양아치'라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오늘 당원들이 혼내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달 25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안민석 의원이 전날 중앙위 몸싸움에 대해 "양아치들의 대화로 구태의 전형"이라고 비판했고, 홍 대변인은 "용팔이 사건이 생각난다"고 말한 바 있다.
양측간 신경전은 회의가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일부 당원들은 현 지도부를 향해 "도둑놈들"이라며 욕설을 퍼부었고, 비공개 회의로 전환한 것에 대해서도 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연석회의에선 통합에 반대하거나 현 지도부가 추진하는 통합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부산의 류연국 지역위원장은 "혁신과통합은 실체도 없었고, 국회의원도 한 명도 없다"면서 "지금의 통합은 그들의 요구를 채워주자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그는 지도부 선출시 당원의 비율을 70%로 늘리고, 국민경선 비율을 30%로 축소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184명의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들은 '통합은 국민의 요구'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통합을 지지했다. 이들은 "전대에서 통합결의를 가로막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며 전대 보이콧 움직임을 비난했다.
광주지역 의원 전원(8명)도 별도의 성명을 발표하고 "야권통합은 시대의 요구이자 국민의 명령"이라고 통합을 지지했다.
앞서 손학규 대표는 "야권통합은 총선 승리의 준비 뿐만 아니라 변화의 파고에서 변화를 이끄느냐 휩쓸리느냐 생사의 기로인 것"이라며 "마지막 저에게 남겨진 통합을 완수하고 유종의 미를 거둘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또 ▲민주당 당명 유지 ▲완전국민경선을 통한 총선 공천 ▲개방형 국민참여경선에 의한 지도부 선출 등을 약속했다.
한편 박 전 원내대표는 회의장을 나가며 "혼자 남아도 민주당을 지키겠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선 "민주당의 정신을 지키겠다는 것"이라며 "통합은 찬성하지만 이런식의 통합 반대하는 사람들도 내년 정권교체를 위해선 필요하기 때문에 남겨둬선 안된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민주당원이면 전당대회의 합법적인 결정을 따라야 한다"며 "어떤 경우에도 전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저 스스로 (전대에)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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