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재정위기로 어수선한 가운데 미국 최대 신용카드 회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의 케니스 셰노 최고경영자(CEO·60·사진)가 이번 주말 열리는 유럽연합(EU) 비상 정상회담에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데 한몫할만한 합의안이 도출될 것으로 내다본다고 밝혔다.
그만큼 앞날을 낙관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가부채로 허덕이는 나라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채 이를 실천에 옮길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유럽의 재정위기가 세계 금융서비스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하는 점이다. 2001년부터 CEO로 아멕스를 이끌어온 셰노는 최근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천과 가진 회견에서 "어려움으로 허덕이는 유로존 국채에 대한 아멕스의 노출 수준이 제로"라며 "독일과 영국 국채에 대한 노출 수준은 지극히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의회의 슈퍼위원회가 최소 1조2000억 달러(약 1356조 원)의 재정적자 추가 감축 방안에 합의하지 못한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미국 지도자들이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셰노가 유럽 국가들이 재정적자 문제를 미국보다 잘 풀어 나가고 있노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미국 뿐 아니라 서방 세계 전체의 지도자들이 국민과 직접 소통하며 현 상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셰노는 이른바 '월가 점령'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고소득자 1%에 대한 증세를 지지하지만 이것이 재정적자 문제의 해법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시위대에 대해서는 "이들의 순수 의도를 왜곡한다면 이는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위대를 욕하고 이들에게 화를 내며 전략상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하기란 쉽지만 이는 이번 사태에 대한 무기력감·우려·좌절감일 뿐"이라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셰노가 월가 점령 운동에 동조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는 CEO들의 높은 연봉이 문제의 핵심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가 사회에 엄청나게 이바지했다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10년 전 애플 이사회가 그에게 전용 비행기를 사줬다면 말들이 많았을 것이다. 문제는 사회에 대한 기여도다. 보수, 다시 말해 돈이라는 관점에서 사태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에서 치과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셰노는 1973년 메인주 브런즈윅에 자리잡은 사립 명문 보든 칼리지 역사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1976년에는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이후 뉴욕 소재 법률회사인 로저스 앤 웰스를 거쳐 베인 앤 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셰노가 아멕스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81년이다. 처음 배치 받은 부서는 전략기획팀. 그는 1997년 아멕스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하고 2001년 CEO에 등극했다.
그가 챙긴 총보수는 2007년 5012만 달러(약 567억 원), 2008년 4275만 달러, 2009년 1661만 달러, 지난해 1630만 달러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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