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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백마디 말보다 강한 편지 한 통의 힘

시계아이콘01분 41초 소요

글쓰기는 참 어렵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를 채워가는 작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다름 아니어서 힘겹기까지 하다. 그래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글쓰기에는 참기 힘든 산통이 따른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작가 이외수씨는 "독자들에게 행복감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즐거움이라는 게 줄줄줄 나와주는 게 아니라서 고통스럽다. '내 실력이 이것밖에 안 되나'라고 늘 복창한다"고 말했다. 열정적인 글쓰기로 즐겁게 작업을 하고 있지만 작품을 완성하면서 적지 않은 산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글쓰기는 천재들도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불세출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비슷한 발음의 단어를 반복해서 틀리고, 에디슨과 로댕은 글쓰기를 어려워해 학습장애를 겪었다고 한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예측하기 어려운 위기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인문학은 기업이 경쟁우위를 점하는데 있어 새로운 돌파구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인문학에 있어 중요한 게 바로 글쓰기다.

최고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는 사내 교육기관인 픽사대학을 통해 글쓰기를 포함해 100개 이상의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MIT에서도 글쓰기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또 워런 버핏은 "경영학석사(MBA) 학생들이 배워야 할 단 한 가지는 의사소통의 기술이며, 그것은 글쓰기"라고 말했다. 리더의 핵심 자질은 표현과 소통인데 그 가운데 으뜸이 글쓰기라는 것이다.


사실 소통의 글쓰기에는 편지만 한 게 없다. 편지는 소설이나 수필, 시처럼 만인이 공개적으로 읽을 수 있는 글이 아니다. 반드시 정해진 사람만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진정성과 진실을 고스란히 담아 쓴다. 한 자 한 자 적은 편지는 읽는 사람에게 신뢰감을 심어주고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준다.


한 통의 편지는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김난도 교수가 펴낸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불안한 미래와 외로운 청춘을 보내고 있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다. 작년 말에 출간했음에도 여전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책은 아무리 독한 슬픔과 슬럼프를 만나더라도 스스로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젊은이들에게 주고 있다. 사무적으로 적은 글이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관심을 주고 관심을 받고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편지야말로 최고의 소통 도구다.


글쓰기로서 편지는 또 사랑과 정성을 표현하는 소통 도구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상대에게 그대로 표현하기에 더없이 좋은 게 바로 편지다. 전화나 이메일, 메신저와 달리 종이와 글로 이뤄져 있는 실질적 존재이기에 잘 전달할 수 있다. 게다가 요즘처럼 편지를 많이 쓰지 않을 때는 한 통의 편지는 받는 사람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정성과 마음을 담아 손수 적은 글씨는 '나'라는 존재를 전하는 데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연말연시는 한 해 동안 고마웠던 분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편지를 쓰기에 더없이 좋다. 추운 날씨에 집배원에게서 받는 한 통의 편지는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정감 넘치는 아날로그 편지를 받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또 혼자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면 편지는 닫힌 대화의 물꼬를 터준다.


글쓰기가 두려워 도저히 편지를 못 쓰겠다면 연하장을 부쳐보자. 부모나 선생님, 친구나 애인 누구에게도 좋다. 보내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한 통의 편지를 쓰자. 소통에 있어 글의 힘은 말의 힘보다 언제나 세다.


김명룡 우정사업 본부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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