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정몽구 회장께서 '수고했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공식석상에서 이 같은 칭찬을 한 게 제 경험에서는 아마 처음일 겁니다."
최근 정 회장 주재 회의에 참석한 현대차그룹 고위 임원은 뜻밖의 격려에 어리둥절했다. 좋은 일에는 별다른 '티'를 내지 않는 정 회장이 이례적으로 임원들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수고했다'는 형식적인 차원이 아니라 진정성이 담겨 있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었다.
정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올 한해 역시 각 부문에서 잘 따라줘 고맙다"면서 "덕분에 목표를 초과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평소 회의에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는 성격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일장연설'을 한 셈이다.
기자가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라 이 같이 말한 게 아니냐'고 되묻자 "지난해 말에는 이 같은 언급이 없었고, 개인적으로도 처음"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발언을 들으면서 정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이 10년 새 환골탈태한 원동력을 생각해봤다. 여러 요인이 작용했지만 그 중에서도 정 회장의 리더십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올 들어 정 회장이 보인 행보는 지난해까지와는 사뭇 다르다. 칭찬 외에도 달라진 점은 또 있다. 부쩍 '사명감'을 언급하기 시작한 점이다. 올 상반기에 이어 최근 임원들과의 만남에서도 "사명감을 갖고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말했다.
올 들어서 벌써 수차례다. 이 역시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다. 사명감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개인기업이 아닌 국민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그만큼 정 회장 본인이 느끼는 책임감이 막중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최근에는 임원들의 토요일 출근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직접 내리기도 했다. 본인 역시 가급적 토요일에는 회사에 나오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가며 사용하는 기술이 현대차그룹 성장을 이끈 힘인 것이다.
본지는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정 회장의 리더십을 심층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에피소드를 접했다. 물론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지만 상황별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이 다양했다. 올 들어 현대차그룹에 불기 시작한 변화에 많은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달라진 위상 때문이다. 정 회장의 리더십 역시 관심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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