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일본 종합광학기기업체 올림푸스의 회계부정사건을 조사해 온 제3자 독립위원회가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영 수뇌부의 부패가 ‘뿌리까지 이르렀으며’ 책임자의 사법처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올림푸스 제3자위원회는 6일 오후3시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사 내용을 담은 26매 분량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올림푸스가 지금까지 손실을 덮는 데 쓴 자금 규모는 총 1348억엔에 이르렀으며, 경영진은 이를 별도의 장부로 관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분식회계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키쿠가와 쯔요시 전 회장과 모리 히사시 부사장, 야마다 히데오 상근감사위원도 장부의 존재를 인정했다고 위원회는 밝혔다.
올림푸스는 지난 1990년대 고위험성 금융투자에 나섰다가 버블 붕괴로 상당한 손실을 입었으며, 2001년부터 새로운 회계기준을 도입하게 되자 이 사실이 표면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외로 손실을 옮기는 분식회계 수법 ‘도바시(飛ばし, 빼돌리기라는 뜻)’로 이를 은폐했다.
올림푸스 경영진은 외국 금융기관에 둔 예금·채권 등 자산을 담보로 해외 투자펀드가 코메르츠방크 등 유럽권 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게 한 뒤 손실이 발생한 자산을 장부가액으로 매도했다. 1999~2000년 무렵 분리된 손실액은 960억엔, 2003년에는 1177억엔으로 계속 늘었다.
부실 자산을 매입한 펀드들은 자산운용을 통해 손실을 메우려 했지만 실패했고, 이후 신규투자 실패 등에 손실이 더 늘었다. 이 때문에 올림푸스는 2006~2008년 영국 의료기기 자이러스 인수와 일본 내 중소기업 3개 업체의 인수 과정에서 자금을 빼돌려 손실을 보전하려 했다. 3개 업체 인수자금에서 716억엔이 유출됐고 자이러스 인수 과정에서 우선주 취득 금액이 632억엔으로 모두 1348억엔이 쓰였다.
위원회는 “이같은 문제의 근원에는 소수의 경영진에게 의존하는 구조가 너무 오래 지속된 점이 있다”면서 “1993년까지 재임한 시모야마 도시로 전 사장, 1993년부터 2001년까지 8년간 재임한 기시모토 마사토 전 사장과 후임자였던 기쿠가와 전 회장은 모두 손실 은폐를 알고 개입했으며, 근본적인 해결에 나서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올림푸스 이사회는 마이클 우드포드 전 사장의 문제제기를 무시했으며 감독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뉴욕타임스 등 외국 언론이 집중적으로 제기했던 야쿠자 등 ‘반사회적 세력’과 관련된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위원회는 덧붙였다.
한편 금융감독기관인 일본 금융청은 올림푸스를 담당했던 감사법인들에 대해 본격 조사에 나설 것이며 문제가 확인되는 대로 영업정지와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증권거래소(TSE)는 이날 올림푸스를 상장폐지 검토 대상인 ‘감리종목(심사중)’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TSE는 올림푸스의 분기결산보고서 제출이 지연되면서 지난달부터 ‘감리종목(확인중)’으로 지정해 왔으며, 12월14일까지 제출되지 못하면 최종 폐지한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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