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독일과 프랑스가 5일(현지 시각) 합의한 부채 위기 해결을 위한 새로운 유럽조약 제안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독불 재정협약은 시장이 요구해온 재정동맹(fiscal union)은 아니지만, 유럽조약 개정없이도 유사한 효과 발휘 가능한 것으로 분석하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이 제안의 핵심은 ESM(유럽 구제기금)의 활용과 민간 부문의 참여를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보유 국채에 대한 원금상각 (haircut)이 없는 것이라면서 금융시장은 호재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또 이 정도 조건이면 유럽중앙은행(ECB)에서 금리인하와 국채매입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독불 회담 직후 터져나온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유로존 15개국에 대한 무더기 신용등급 하향 검토 발표는 이같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의 경제전문방송인 CNBC 등 주요 외신들은 과연 독불의 제안이 오는 9일의 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도 합의 가능한 것인지, 또 각국별로 국민투표나 의회 승인과 같은 추가적 정치적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것인지, 재정동맹 없이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또 유럽 본토 국가와 영국, 미국등의 시각도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이탈리아 타이어제조회사인 피렐리사의 CEO인 마르코 토론체티 프로베라는 S&P의 등급 하향 경고에 대해 "유럽연합(독일과 프랑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면서 "S&P는 잘못된 날을 선택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ECB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서로 밀접하게 협력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S&P가 경고한 것처럼 유로존 독일과 프랑스 등 트리플A 등급 국가의 신용등급이 하향된다면, 부채 위기 지원을 위해 조성된 4500억 유로 규모의 EFSF 출연금으로 발행할 채권의 신용등급도 하향되어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워질 것라는 점이다.
프랑스가 이 기금에 출연한 비율이 20.3%에 달하며, 트리플 A 6개 국가의 출연금은 전체 펀드의 58%에 이른다.
이와 함께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 사이의 합의가 과연 제대로된 '합의'인가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여전히 독일과 프랑스 사이의 견해차가 존재한다면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연대'를 강조하는 반면에 메르켈 총리는 '예산 원칙과 기율'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르코지 대통령이 유럽연합 내부에 유로존 국가들로 이뤄진 핵심지대(하드코어)를 창설하기를 원하는데 비해, 메르켈 총리는 가능한한 많은 비유로화 국가를 포함시키기를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CNBC의 칼럼니스트인 존 카니는 이날 "메르켈 총리와 사르코지 대통령으로부터 나온 '연대'의 신호가 잘못된 사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시장은 또한번 극적인 붕괴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 카니는 '재정 동맹'의 의미가 독일과 다른 유럽 국가들 사이에 각기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이번 합의는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증시에서 상당한 하방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의 진정성 여부와는 별도로, 금융시장은 호의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유로존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번 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 이뤄지는 합의가 ‘재정 동맹’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ECB는 대대적인 개입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재정 협약’이라고 한 것은 반드시 재정동맹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다양한 층위의 정치적 결정을 다 포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투자은행인 에볼류션 시큐어리티즈의 채무 전문가인 개리 젠킨스도 ECB는 계속해서 지원을 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통신은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ECB가 당장 급격한 행보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소시에떼제네랄의 유럽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제임스 닉슨은 "ECB가 대규모 양적완화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2012년 내내 매주 5-10억 유로 정도의 국채매입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CNBC의 경제분석가인 스티브 라이스만도 독일은 여전히 ECB가 시장에 무제한 개입하는 것을 허용치 않고 있지만, ECB의 개입이야말로 필수적이고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의 전략은 다른 유로존 국가들에게 적자 문제를 해결하도록 최대한 압력을 가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유럽연합 조약을 개정하는 것이라면서 이같은 변화들은 언젠가는 ECB의 개입을 가져오겠지만, 가까운 시일내에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탈리아의 재정상황은 아주 나쁜 것은 아니라며, 이탈리아가 유로화에 가입하기 전에는 예산의 10%를 국채 이자 지불에 썼지만, 지금은 5% 수준이라는 점을 들었다.
또한 이탈리아 민간이 보유한 부의 수준은 국채를 감당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독일 방문중에 만난 독일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유로존 국가들의 양자대출을 통한 IMF의 지원도 유로존 국가들만이 기금을 출연하고 유로존 국가들만을 대상으로 쓰여진다면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그는 유럽의 여러 정책결정자들은 ECB가 독일의 반대와 법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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