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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ically Incorrect Money Talks : 아무도 큰 개는 건드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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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
1. 붕가붕가의 귀환


권좌에서 물러난 뒤 침묵을 지키고 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전 총리가 드디어 우국의 포문을 열었다. “이탈리아를 좌파의 손에 넘겨줄 수는 없다”. 베를루스코니는 한국에서도 정치적으로 대성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성공한 기업인 아닌가. 우리 정치 풍토에 최적의 인물일 것이다.

2. 풀 몬티


이탈리아의 마리오 몬티 신임 총리가 추가적인 재정 긴축 개혁안을 발표했다. 기존의 연금 수령 개시 연령 연장과 탈세 방지 조치 등과 함께, 주택에 대한 재산세 과세 및 소비세 인상 등이 새로 포함되었다. 애초에 논의됐던 부유세 등 부자들에 대한 중과세는 제외되었다.

그냥 쉽게 말하면, 이탈리아 국채에 대한 부담은 노동자, 자영업자, 일반 서민이 다 뒤집어 쓰게 되었다. 은행가 내각에 어울리는 ‘개혁’ 조치이다. 의원내각제인 이탈리아에서 몬티 총리는 ‘선출된 의원’이 아니다. 긴급하게 대통령에 의해 ‘명예직 종신 상원의원’으로 임명된, 한 나라의 수반이 이렇게 낙하산 타고 올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이탈리아 정치체제를 더 이상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까?


3. 보노보노


베를루스코니의 정적인 로마노 프로디 전 이탈리아 총리가 독일의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 베를루스코니 때문에 겪은 민망한 일화를 소개했다.


“내가 어딜가든 붕가붕가 얘기뿐이었다. 중국에 갔을 때는 사람들은 나와 내 부인을 보고 웃었고, 케냐에서는 자연보호구역 관리인이 내 앞에서 원숭이들을 가리키며 ”쟤네들이 ‘붕가붕가’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정은 딱하지만 이건 좀 과장이 심하다. 보노보노 원숭이는 하루에 약 1백회나 붕가붕가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일반 원숭이들은 1일 15회 정도라고 생물학자들은 말한다. 올해 74세인 베를루스코니는 ‘보도된 바에 따르면’ 하룻밤에 다섯차례가 고작이었다.


4. 큰 개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
(지난달 29일 독일 슈피겔지의 프로디 전 이탈리아 총리의 인터뷰 중에서)


프로디 : 이걸 한 번 생각해 보라. 왜 아무도 달러화는 공격하지 않는가? 미국 재정을 보면, 달러화는 유로화보다 훨씬 안좋은 상태다. 캘리포니아주의 부채는 그리스보다 훨씬 심각하다. 그러나 달러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에 의해 방어되고 있다. 바로 그 점이 달러화를 크고 강력한 개(a big, strong dog)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아무도 큰 개를 물지는 않는다(Nobody bites a big dog).


슈피겔 : 유로화도 ‘큰 개’가 될 수 있는가?


프로디 :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가능하다). 생각해 봐라, 독일은 지금 진정으로 강력한 지위에 있다. 독일이야 말로 새로운 중국이다(Germany is the new China)


슈피겔 : 너무 과장된 얘기 아닌가?


프로디 : 독일-프랑스 정상회담을 예로 들어보자. 독불 회담은 이제 독일-독일 정상회담이 되어 가고 있다. 공개적으로 떠들지는 않지만, 사실이기도 하다. 메르켈 총리는 최종 순간에는 어쩔 수 없이 룰을 정해야 한다.


수피겔 : 그러면 당신은 독일이 유로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유로본드에 대한 태도를 바꿀 것이라고 확신하는가?


프로디 : 독일은 유럽을 위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게임 끝이다. 그러나 나는 독일 내의 누구도 유럽을 포기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슈피겔 : 당신은 이 위기가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그런 낙관주의의 근거는 뭔가?


프로디 : 합리성 그 자체가 말할 것이다. 독일은 이 환상적인 경제적 지위를 포기할 수 없다.


5. 치킨 게임의 균형


프로디의 낙관주의는 독일이 유로화 경제권에서 얻고 있는 ‘중상주의적 이득’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단지 프로디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알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유로화의 붕괴는 ‘만에 하나(만일)’에 불과했다. 문제는 유로존의 부채 위기가 심화되면서 독일이 져야할 부담이 독일의 이익에 근접했다는데 있다.


메르켈 총리가 유로존의 재정 통합 심지어는 유럽연합 조약 개정까지 요구하는 것은, 그 부담에 상응하는 권한이 없다면 독일은 부실 남유럽 국가들의 부채를 아무 대책없이 떠맡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의 독일의 입장은 남유럽 국가들이 재정긴축을 위해 노력하는 정도만큼만 유럽중앙은행의 해당 국가 국채 매입을 용인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10월 말부터 이 균형이 깨어졌다. 베를루스코니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우려하여 재정 긴축에 물타기를 하고, 그리스는 국민투표를 들고 나왔다. 주도권이 채무자의 손에 넘어간다면, 독일은 더 이상 유로화 존속을 원할 이유가 없었다.


독일 중앙은행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일찍이 이같은 위험을 경고하면서 두 개의 유로(재정이 건실한 북구 국가들만의 단일 화폐와 남유럽 국가들로 구성된 약한 통화)를 주장했다.


10월말 이후의 시장의 혼란은 독일이 판단하는 유로화 존속 이익이 과연 어느선에서 유지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여기에 산업자본 중심의 독일이 갖고 있는 금융자본 세력에 대한 거부감도 크게 작용했다.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7%를 넘고,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은행가 정권이 들어서고, 프랑스가 재정통합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몰리고, 전세계의 중앙은행들이 무제한으로 통화를 공급하겠다고 나선 다음에야 다시 이 균형은 회복되는 중이다.


오는 9일의 유럽연합 정상회담은 이 균형점에 대한 또 한번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가 말한 것처럼, 유럽의 위기는 단거리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이번 회담은 큰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세부 사항에 들어가면 또 다시 삐걱거리는 지난 7월과 10월의 두차례 정상회담과 마찬가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큰 원칙’에 환호하겠지만, 얼마 뒤에는 ‘악마는 세부 항목에 있다’(the devil's in the details)는 격언을 되씹을 것이다. 그렇게 위기는 지연될 것이다. 누군가 큰 개를 건드릴 때까지는.




이공순 기자 cpe10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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