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부서에 호소...부동산 경기 침체에 송도·청라·영종에 투자했다 '직격탄'...인사 부서 "골치 아프다" 공개 토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인천시 공무원들 중 상당수가 신도시에 아파트를 샀다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빚더미'에 올라 앉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당 많은 부서에 지원이 몰리자 인사 담당부서가 공개적으로 고충을 호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실제 인천시 공무원 A씨는 지난 2010년 그동안 모았던 돈과 대출금을 합쳐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6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 무리다 싶었지만 설마 아파트값이 떨어지랴 싶었다. 몇 년 전 같은 송도 내 아파트를 3.3㎡당 600만 원대에 분양받았다가 한때 2000만 원대 가까이까지 올라 '대박'을 쳤다며 기뻐하는 몇몇 동료들이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A씨가 분양받은 아파트는 가격이 오히려 1억 원 가량 떨어졌다. 대신 남는 것은 매달 납부해야 하는 것은 대출 이자 200여 만 원 뿐이었다. 월급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이자만 간신히 내고 있다.
송도의 '대박'을 지켜만 보며 배가 아팠던 인천시 공무원 B씨도 지난 2009년 막 개발이 시작한 청라 지구의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 송도 지구는 아파트 값이 너무 뛰어 올라 더 이상 투자가 곤란하기도 했고, 송도의 학습 효과로 인해 청라 지구도 개발 초기에 집을 사면 대박을 치지 않을까하는 기대에서다. 만나기만 하면 "집값이 뛸 테니 청라나 영종에 집을 사라"고 권유하던 안상수 당시 시장의 말도 믿었다. 분양 받은 후 아파트 값이 뛰면 팔아 치우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았다. 매달 대출 이자만 60여 만 원 내다가 견디지 못하고 결국 살던 집을 팔고 청라 지구로 입주하고 말았다.
요즘 아파트 분양을 받은 사람이면 누구나 다 비슷한 상황이긴 하지만 특히 인천시 공무원들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2009~2010년을 거치면서 상당수의 공무원들이 송도 부동산 불패 신화에 환호하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 뒤늦게 청라, 영종 지구에 투자했다 '깡통 집'을 하나 씩 차고 앉아 있다.
안 전 시장 등이 직접 나서서 공무원들에게 초기 송도의 성공 사례를 예로 들며 집을 사라고 부추긴 탓이 컸다.
이로 인해 실제 인천시청 내 각 부서마다 깡통 집을 찾고 앉아 있는 '빚쟁이' 공무원들이 없는 곳이 없는 형편이다.
골치 아파진 것은 뜻밖에 인사 담당 부서였다.
빚이 많아진 공무원들이 너도 나도 수당이 많은 부서인 인천대학교ㆍ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등에서 근무하게 해달라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파트 투자 실패로 인한 빚 때문에 생계가 곤란하다며 읍소를 하거나, 심지어는 '빽'을 동원하기도 한다. 수당 많은 부서에서 근무하면 인사 고과에서는 밀리지만 수당 100만원 이상을 더 받아 빚을 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사 담당 부서에선 한정된 자리에 누구를 골라 보내야 할 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결국 5일 오전 송영길 인천시장이 직접 주재한 가운데 열린 인천시 간부회의에서 인사 담당자가 나서 고충을 토로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회의에서 인사 담당 부서 책임자는 "인사 적체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공무원들의 사기가 저하되면서 수당 많은 부서로 지원이 쇄도해 인사를 하기가 힘들다"며 "각 부서 책임자들이 능력·업적에 따른 공정한 인사를 시행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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