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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백인천, 이대호 일본 진출 길 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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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백인천, 이대호 일본 진출 길 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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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한국인 일본 프로야구 선수의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뒤 일본리그 진출을 밝힌 이대호가 오릭스 버팔로스에 입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는 지난달 23일 오릭스 구단과 처음으로 만나 2년 동안 7억 엔(약 104억6천만 원)을 제의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금을 포함한 액수지만 연 평균 50억 원(약 430만 달러)이 넘는 엄청난 액수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준급 연봉이다.


애초 일본 언론은 오릭스가 이대호를 영입하기 위해 2년간 5억 엔을 쓸 것으로 내다봤지만 오릭스는 이를 뛰어넘는 초대형 조건을 제시했다. 원 소속 구단인 롯데 자이언츠가 제시한 4년간 최대 100억 원의 두 배에 이른다. 메이저리그와 종종 돈 싸움을 벌였던 일본 리그다운 베팅이다.

많은 팬들은 이승엽과 김태균이 돌아온 가운데 이대호가 일본리그에서 어느 정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궁금해 하고 있다. 이대호가 남긴 한국 리그 성적은 뛰어나다. 11년 통산 타율 3할9리, 홈런 225개, 타점 809개를 기록했다. 2006년 타율과 홈런, 타점 등 타격 3관왕에 오른데 이어 지난해에는 도루를 뺀 타격 7개 부문을 휩쓸며 정규 시즌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올해도 타율 3할5푼7리, 안타 176개, 출루율 4할3푼3리로 타격 3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30년 국내 프로 야구사에서 오른손 타자 가운데 첫 손가락에 꼽을 만하다.

이대호는 일본 투수들의 정교한, 특히 포크볼 제구력과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앞서 이승엽은 일본리그 후반기 두 시즌에서 포크볼에 타격 자세가 무너지며 마무리를 깔끔하게 매조 짓지 못했다. 이대호가 대결에서 승리한다면 반세기 전 백인천의 뒤를 잇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 리그 한국인 선수의 원조인 백인천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어떤 경로를 통해 일본 무대에 진출했을까. 그의 일본 진출과 관련해서는 먼저 1960년대 초반 사회 분위기를 이해해야 한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양 국가는 스포츠에서도 교류에 제한을 두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에 나선 한국은 도쿄에서 두 경기를 모두 치렀다. 강경 일변도의 대일 정책을 고수하고 있던 이승만 정권이 일본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단장이 이승만 대통령에게 “일본을 이기지 못하면 선수단 모두가 대한해협(당시 표현은 현해탄)에 몸을 던지겠다”고 한 말은 축구계의 유명한 일화다. 1960년 11월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1962년 칠레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한국과 일본 경기 때는 일장기 게양과 일본 국가 연주 문제를 놓고 국무회의에서 경기 개시 직전까지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논쟁은 결국 국제관례에 따라 허용하기로 결정됐다.


백인천은 한일 국교 정상화 이전인 1962년 1월 일본행을 확정지었다. 당시 반일 감정의 수준은 신세대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엄청난 반일 감정의 벽을 뚫고 일본행을 이룰 수 있었던 셈이다. 더구나 당시 백인천은 경동고를 졸업한 지 1년이 된 성인 야구로는 햇병아리 선수였다.

고교 최강 경동고의 중심 타자였던 백인천은 3학년 때인 1960년 10월 일본 원정에 나섰는데 8차례 경기를 치르면서 2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당시에는 국내에서도 고교 선수가 홈런을 치는 것 자체가 화제였다. 홈런 가운데 하나는 도쿄 메이지 진구구장에서 열린 일본대학 제2고와 경기에서 나왔는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진구구장에서 나온 두 번째 홈런이었다. 진구구장은 고라쿠엔 구장과 함께 도쿄를 대표하는 구장이다. 도쿄 6대학 리그 경기와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곳에서 한국의 고교 야구 선수가 홈런을 터뜨린 것이다.

백인천은 1962년 1월 자유중국(대만)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 박현식, 김응룡, 김성근, 최관수, 성기영 등 신세대 팬들도 알 만한 선배들과 함께 출전, 대회 유일한 홈런을 기록했다. 한신 타이거스, 다이미이 오리온스 등은 그 모습에 눈독을 들였고 도쿄 6대학 리그의 명문 메이지대학은 그에게 입학을 권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백인천을 붙잡는 데 성공한 구단은 도에이 플라이어즈였다. 하지만 당시 도에이 구단은 영입 사실을 부인했다. 이런 일이 터지면 일단 부인하는 게 일반적인데다 한국 우수 선수의 일본 진출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외국에 가기 위한 기본 요건이던 도에이 구단의 초청장이 전달되면서 백인천의 일본 진출 문제가 사회적인 논란거리가 됐다.


충분히 짐작되는 일이지만 백인천의 일본 진출을 놓고 여론은 찬반양론이 갈렸다. 국가 대표 선수가 외국, 특히 일본에 가겠다고 하니 매국노에 가깝게 취급하는 분위기가 적잖게 형성됐다. 이런 분위기는 1970년대 후반 차범근이 서독 분데스리가에 진출할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회 유력 인사들이 백인천의 일본행을 지지하면서 분위기는 겨우 반전될 수 있었다. 1962년 2월 이주일 대한체육회 회장은 백인천의 일본행을 승인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체육 관련 부처였던 문교부도 1년 후 귀국 조건으로 백인천의 일본행을 허가했다.


이 같은 과정이 있었기에 프로 선수인 이대호 뿐만 아니라 신일고 송상훈이 한국고교 선수로는 처음으로 일본 프로 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고 내년 시즌 주니치 드래건스 유니폼을 입을 수 있게 됐다. 선각자의 길은 거칠고 힘들지만 그 이상 보람 있는 길이기도 하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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