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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김진욱 감독 “두산, 우승으로 이끌겠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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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김진욱 감독 “두산, 우승으로 이끌겠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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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프로야구 두산은 10월 9일 김진욱 1군 불펜코치를 8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아직 지휘봉의 색깔은 알 수 없다. 프로구단을 한 번도 맡아보지 않은 까닭이다. 이른바 ‘초보감독’인 셈. 김진욱 감독은 “부족한 경험에 대한 우려를 선수단과의 소통을 통해 불식시키겠다”고 밝혔다. 코칭스태프, 선수들과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두산을 11년만의 우승으로 이끌 심산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최근 두산은 정상적인 전력의 가동이 불가능했다. 적잖은 선수들, 특히 투수들이 부상으로 중도 이탈했다. 야구 외적인 요소까지 더해져 선수단의 분위기는 크게 가라앉았다. 김진욱 감독은 이 같은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2시간 넘는 대화를 통해 그가 구상하는 두산의 미래를 엿보았다. 또 생각하고 있는 야구관을 함께 들여다보았다.

다음은 김진욱 두산 감독과의 일문일답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감독 취임 때부터 소통을 통한 자율야구를 강조했다.

김진욱(이하 김) 지휘봉이 주어졌을 때 스스로 다짐했다. 선수들에게 97%의 권한을 내주겠다고. 원하는 건 무엇이든 들어줄 생각이다.


스투 구체적인 허용 범위가 궁금하다.


특별히 정해놓은 건 없다. 선수 신분에서 벗어난 행동만 아니면 된다. 쉬고 싶다면 그렇게 해줄 용의도 있다. 물론 도의에 어긋나지 않는 선 안에서다. 선수단 사정도 충분히 검토되어야 할 테고. 3%의 여지를 남겨놓은 건 이 때문이다.


스투 자율은 자칫 방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3%만으로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확신하나.


물론이다. 대신 잘못을 저질렀을 때 가해지는 제재의 무게를 늘릴 방침이다. 정신교육의 자리에서 선수들에게 이 점을 거듭 설파했다. 97%의 권한을 바로 알고 훈련에 임하라고.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마음껏 주는 만큼 행동에 책임을 지라고 했다.


[피플+]김진욱 감독 “두산, 우승으로 이끌겠다”(인터뷰)


스투 이전 제재를 100%라고 가정하면 앞으로는 몇 %가 될까.


103%다. 성실한 선수에게는 103%의 권한이 돌아갈 테고. 코치들도 마찬가지다. 전적으로 선수들을 믿고 맡길 생각이다. 내 역할은 3%의 간섭과 설득을 통해 선수단을 조율하는 일이 될 것이다. 처음부터 이전 리더들이 가졌던 권한과는 차별을 두기로 했다.


스투 최근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김재환에게 ‘무기한 훈련 중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글자 그대로다. 영원히 선수생활을 못할 수도 있다. 분위기를 다잡으려고 내린 엄벌은 아니다. 걸려든 첫 사례라서 가중처벌을 가한 것도 아니고. 재환이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보다 정확하게 알려주고 싶었다. 감독과의 신뢰관계가 두터워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내다봤고.


스투 따로 면담을 나누었나.


지난 6일 만남에서 “순전히 너에게 달린 일”이라고 했다. 사실 재환이를 보며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선수로서 갖춰야 할 정신이 아직 부족하다. 인성적으로 많은 조언을 해주고 싶었는데 군 복무로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지 않았다.


스투 김재환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장래를 조금 더 깊게 생각했으면 한다. 당장 나를 재수 없다고 여겨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다. 왜 감독이 ‘무기한 훈련 중지’라는 카드를 꺼냈고 앞으로 더 강한 제재를 내릴 수 있다고 했는지 심각하게 고려해주길 기대한다.


스투 의도하는 바가 이뤄지면 징계를 풀어줄 계획인가.


그렇다. 내일부터 훈련에 합류시킬 수도 있다.


[피플+]김진욱 감독 “두산, 우승으로 이끌겠다”(인터뷰)


스투 기준이 다소 애매모호하다. 어떤 잣대로 김재환의 마음을 읽고 있는지 궁금하다.


선수들의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 진심으로 뉘우쳤는지 아닌지를. 그간 많은 고등학교 학생들과 프로 선수들을 가르치며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최근 재환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는데 용서해달라면서 울더라.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자신이 변해가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은 생각이 더 크다는 것을. 나는 그보다 다르게 마음가짐을 먹길 바랐다. 그래서 바로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인정받고 싶으면 자기 자신을 훈련 등을 통해 묵묵히 변화시키라고.


스투 올 시즌 두산은 많은 풍파를 겪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김경문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충격이었다. 김경문 감독과 그간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 선수 시절부터 배터리를 이뤘으니까. 두산에서 코치를 맡은 뒤로 시즌이 끝날 때마다 함께 가족여행을 다녔다. 김광수, 박종훈, 신경식 등의 가족들과 함께 강원도, 경주, 부산 등으로 떠나 머리를 식히고 돌아왔다. 그간 소홀했던 가족들에게 봉사하며 늘 다음 시즌에는 더 잘해보자고 의기투합했는데. 그렇게 친했던 형이 한 마디 말도 없이 구단을 떠나 솔직히 섭섭했다. ‘나도 함께 떠나야 하나’라는 고민까지 했다.


스투 김경문 감독이 사임 전인 5월 31일 당신을 2군 투수코치에서 1군 불펜코치로 이동시킨 까닭인가.


그런 건 아니다. 사실 1군 이동 통보를 받고 당황스러웠다. 이천에서 2군 경기를 치르고 있었는데 5회 투수를 준비시킬 때 소식을 처음 접했다. 지옥으로 가는 기분이었다.


스투 이유가 궁금하다.


처음부터 1군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2군 선수들을 계속 가르치고 싶었다. 목표는 2군 감독이었다. 다양한 포지션을 맡으며 규율, 규제, 포상, 연습방법, 정신교육 등 2군 체계에 대한 구상을 정립해나가던 차였다. 모든 초점을 2군에 맞추었는데 갑작스런 이동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피플+]김진욱 감독 “두산, 우승으로 이끌겠다”(인터뷰)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 8년 동안 쥔 두산의 지휘봉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스투 사전에 김경문 감독에게 그런 의사를 전달한 적은 없나.


1군에서 함께 하자는 제의를 받을 때마다 “내 꿈은 1군이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1군에 올라왔는데 김경문 감독은 보름도 지나지 않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나아가야 할 방향에 혼란이 생긴 건 당연했다. 며칠 동안 두산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생각했다. 더 이상 1군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고민도 했고.


스투 마음을 다잡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고민 끝에 팀을 위해 남아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야구에서 제일 중요한 건 선수들이다.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기로 했을 뿐이었다.


스투 선수들을 바라보는 눈이 김경문 감독과 많이 다른 것 같다.


김경문 감독은 대부분의 선수들을 신인처럼 다뤘다. 우승이라는 도전 과제를 선포하고 강한 지도력을 발휘했다. 그런데 사실 여기에는 적잖게 문제가 있었다. 주축인 이종욱, 손시헌 등이 어느덧 중견선수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30대에 접어든 선수들은 8년 전과 똑같은 환경에서 훈련과 경기를 소화했다. 지칠 수밖에 없던 셈이다. 5월 31일 1군에 올라와보니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선수들은 무기력했고 김경문 감독은 외로워보였다. 직접 윤활유 역할을 120% 해내야겠다고 계획했지만 김경문 감독은 이내 사령탑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스투 당시 입장이 무척 난감했을 것 같은데.


제일 먼저 찾아온 감정을 놀라움이었다. 선수들의 표정이 너무나 밝아져서. ‘나도 뒤를 이어 떠나야 하나’라는 고민이 생길 정도였다. 한동안 라커에서 고글을 벗지 않았던 건 이 때문이다. 선수들과 눈을 마주쳤을 때 생기는 어색함을 최소화하고 싶었다. 김경문 감독이 떠나던 날에는 가장 짙은 색을 착용했다. 이제는 선수들도 알아야 한다. 환갑이 되어도 부모는 달라지지 않는 법이다. 김경문 감독은 떠났지만 모두 8년 동안의 지도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스투 시즌 뒤 감독으로 선임될 것을 예견했나.


전혀 생각지 못했다. 시즌 뒤 몇몇 코치들이 차기 감독에 신경을 많이 썼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와 같이 다음 시즌을 준비했다. 그런 모습을 몇몇 코치들은 아마 오해했을 것이다. 믿는 구석이 있어 태연했다고.


[피플+]김진욱 감독 “두산, 우승으로 이끌겠다”(인터뷰)


스투 언론에서 몇몇 인사들이 거론됐을 때도 신경을 쓰지 않았나.


물론이다. 양심을 걸고 말할 수 있다(웃음). 솔직히 마음이 흔들릴만한 계기도 없었다. 코치, 기자 등 누구도 “감독으로 누가 될 것 같느냐”고 묻지 않았으니까. 나는 그저 상황을 초연하게 지켜봤다. 감독 후보에 거론되는 줄도 몰랐고. 오히려 선동열, 양상문, 김성근 등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실명이 오고갔던 인사들 가운데 한 분이 오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투 감독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언제였나.


발표되기 얼마 전이었다. 어느 기자로부터 명단에 포함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래서 “고맙지만 욕심은 없다”고 답해줬다. 물론 그 뒤에도 초연한 자세에는 변함이 없었고.


스투 부임 첫 해인 내년 목표는 무엇인가.


당연히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이다. 8개 구단 감독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다.


스투 다소 부담이 될 것 같은데.


원래 감독이란 자리가 그렇다. 스스로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연봉을 많이 받는 건 이 때문인 것 같다. 감독 선임 뒤 김성근 감독과 전화 통화를 나눴는데 가장 먼저 건네주신 조언이 인내였다. 힘들고 외로운 자리이니 잘 참아내라고 했다. 잘 참는 사람만이 이길 수 있다고. 전달받은 숱한 경험 베인 지혜를 시즌 내내 잊지 않을 생각이다.


스투 우승을 위해 꼭 필요한 점을 한 가지 꼽는다면.


한 가지를 꼽긴 어려울 것 같다. 투타 모두가 강해져야 한다. 초보 감독이라 건방지게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은 삼성을 뛰어넘어야 한다. 8개 구단 가운데 투타 조합이 가장 안정적인 구단이다. 이들보다 더 강해지지 않으면 우승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분야에서 선수들이 최상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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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그래도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잠시 생각한 뒤)트레이너 파트다. 내년 성적의 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의 전력은 8개 구단의 평균 이상이다. 하지만 그간 부상으로 낙마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최근 트레이너들을 불러 모아 이야기했다. “당신들이 잘해줘야 우리 팀이 산다”고. 그들에게 특별히 99%의 권한을 부여할 계획이다. 오진만 최소화해도 두산은 더 강해질 수 있다. 어느 정도 원인은 파악했다. 선수들이 욕심과 과욕을 구분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스투 앞서 코치, 선수들에게 97%의 권한을 주겠다고 했다. 트레이너들에게 더 돌아가는 2%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들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선수는 기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래서 우리 구단에는 ‘베스트 9’이 없다. ‘베스트 26’만이 존재한다. 백업 선수에게도 의미 그대로의 역할을 맡길 것이다.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다면 백업이라고 할 수 없다. 모두에게 기회는 공정하게 돌아갈 것이다.


스투 최근 외부에서 코치들을 대거 영입했는데.


솔직히 알고 지내는 코치가 많지 않아 코칭스태프를 구성하며 고민이 많았다. 감독이 될 줄 알았다면 조금 더 많은 코치들과 술잔을 기울였을 텐데(웃음). 평소 많은 교류가 없었다보니 생각 이상으로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다. 주위에서 추천도 받고 직접 수소문도 했는데 결국은 확실한 잣대를 가져와야 했다.


스투 그 기준이 무엇이었나.


선수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지도자다.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코치가 두산에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점에서 이명수, 김경원, 정명원 등을 개인적으로 높게 평가했다. 2군 감독이 되었을 때 꼭 같이 해보고 싶었는데 그 무대가 1군이 될 줄은 몰랐다.


[피플+]김진욱 감독 “두산, 우승으로 이끌겠다”(인터뷰) 이토 쓰토무 전 세이부 감독은 지난 2월 LG 트윈스의 오키나와 캠프에서 포수 인스트럭터로 활동했다.(사진=LG 트윈스)


스투 이토 쓰토무 전 세이부 감독의 수석코치 영입은 다른 맥락일 것 같은데.


그렇다. 팀 운영에 대한 노하우는 물론 타격, 배터리 등에서 많은 역할을 해낼 것으로 내다봤다. 분위기 전환 측면에서도 도움을 줄 것 같았고. 아직 확답을 얻지 못했지만 꼭 함께 일해보고 싶다.


스투 내년 전력에 대해 살펴보자. 선발진 육성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이 있다면.


우선 다른 구단의 선발투수를 데려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적응에 실패할 경우 전력에 큰 보탬이 되지 않을 테니까. 무모한 도전을 하고 싶진 않다. 최근 송재박 2군 감독에게 “기존 전력으로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서두른다고 해결될 일은 없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토종 선발들의 성장을 기다려줄 것이다.


스투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1군 승격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다. 2군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며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선수들은 대부분 2군이 1군의 아래라고 여긴다. 코치진도 이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송재박 2군 감독에게 여러 차례 당부했다. “어떤 결정을 하든 받아들일 테니 1군 선수단의 눈치를 보지 말아 달라”고. 앞으로 2군 사정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건 내가 아닌 송 감독이다. 내가 매 경기를 체크할 수 없으니 그들에게 선수 승격에 대한 권한을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더 옳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근 이전의 보고 체계는 없애버렸다. 더 이상 1군에서 잠깐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고 승격의 기회를 먼저 잡는 일은 없을 것이다. 1군 상황이 급하다고 부상 회복이 덜 된 선수를 데려오는 일도 없을 테고.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모아 경기를 치러야만 결과도 좋아질 수 있다. 선수들의 의욕이 떨어질 일도 줄어들 것이고. 그것이 진정한 ‘화수분 야구’ 아닐까.


스투 왼손 중간계투는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일단은 김창훈, 이혜천, 진야곱, 정대현 등 기존 전력들의 경쟁을 이끌어 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들 대부분은 최근 훈련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실 구단에 따로 요청을 해놓았다. 자유계약선수(FA)나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왼손 투수를 조금 더 보강해달라고. 그런데 최근 자료를 살펴보니 왼손 타자에게 더 약한 투수들도 적지 않게 있더라. 조금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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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구단에 보강을 요청한 또 다른 포지션도 있나.


파워를 겸비한 오른손 타자의 영입을 부탁했다. 더 이상은 말하기 곤란하다(웃음).


스투 최준석이 군 입대를 내년 말로 미뤘다. 내야진에 대한 고민이 크게 줄어들었을 것 같은데.


물론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도 군대에 가야한다. 김동주 역시 지명타자 출장이 많아질 테고. 공백을 메울 선수가 여전히 절실한 셈이다. 일부에서 인창고 감독 시절 제자였던 윤석민을 내가 차기 3루수로 내정했다고 주장하는데 터무니없는 소리다. 특정 선수를 중용할 생각은 전혀 없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적임자를 찾아낼 생각이다. 변수는 고영민이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나조차 장담하기 힘들다. 그의 변신에 따라 내야진은 전체 색깔이 바뀔 수도 있다.


스투 강공과 작전 가운데 어느 쪽을 더 선호하나.


강공에 더 가까운 것 같다. 5회 전까지 번트 사인을 내지 않을 생각이다. 김성근 감독이 이끌었던 SK가 작전에 능했던 건 수많은 연습과 경험 덕이었다. 두산 선수들은 그들과 다른 길을 걸어왔다. 갑작스런 변화는 충분히 무모한 도전이 될 수 있다. 작전을 멀리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승부를 결정지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사인을 낼 것이다.


스투 다양한 상황에 따른 작전을 따로 훈련하고 있나.


아직 그 정도 단계는 아니다. 번트 연습 등만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선수들은 모를 것이다. 내가 얼마나 세밀하게 자신들을 관찰하는지를. 최근 코스만 확인하고 배트를 대충 가져다 대는 선수들을 적지 않게 발견했다. 볼을 끝까지 보지 않고 임한다면 조만간 불호령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집중이다. 선수들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투 이전보다 강도 높은 훈련이 예상된다.


최근 마무리 훈련을 떠나는 선수들을 불러 놓고 강조했다. “죽을 각오로 하되 아프지만 말라”라고. “훈련 도중 이상이 생기면 스스로 훈련을 멈춰라”라고 했다. 물론 여기에는 예외도 있다. 따로 지목한 몇몇 선수들이 있는데 굳이 실명은 밝히고 싶진 않다.


[피플+]김진욱 감독 “두산, 우승으로 이끌겠다”(인터뷰)


스투 이전과 달라진 점을 하나 더 꼽는다면.


인스트럭터를 많이 기용할 것이다. 지난 교육리그에 야마시타 다이스케 전 요코하마 감독을 인스트럭터로 초빙했는데 선수 대부분이 큰 효과를 봤다. 그래서 스프링캠프는 물론 시즌 중에도 좋은 지도자들을 많이 데려올 계획이다.


스투 포섭 대상에 국내 지도자도 포함되어 있나.


물론이다. 특정 분야에 해박하다면 누구라도 관계없다. 김성근 감독과 같은 거목에게 따로 부탁을 드릴 생각도 있다. 선수들의 기량은 감독 혼자 끌어올릴 수 없다. 코치들의 교육 역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고. 선수들은 여러 지도자들의 교육을 거쳐야만 자신의 장단점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들에게 인스트럭터 초빙을 통해 꼭 배움의 기회를 넓혀주고 싶다.


스투 외국인 선수는 어떻게 구성할 계획인가.


가장 중요한 건 더스틴 니퍼트와의 재계약이다. 김승영 사장, 김태룡 단장의 노력으로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꼭 돌아와 선발진의 중심축이 되어줬으면 좋겠다. 또 다른 영입 후보는 켈빈 히메네스다. 이미 국내에서 기량을 검증받아 가능하다면 꼭 데려오고 싶다. 영입이 어려울 경우에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과 같이 마무리 투수를 영입할 계획이다. 구단이 그간 좋은 외국인 선수들을 많이 데려왔던 만큼 잘 데려올 것으로 믿는다.


스투 올해 풍파를 겪은 임태훈의 활용 여부도 궁금하다.


여느 때처럼 마운드에 올릴 것이다. 태훈이에게 “모든 짐을 덜어내라”고 했다. 말 못할 사정이 있는 딱한 아이다. 비난과 지적이 있다면 내가 대신 받겠다. 돌을 던지려거든 내게 던져 달라.


스투 두산은 안정감이 돋보이는 타선에 비해 마운드가 다소 불안하다. 투수 출신 감독으로서 어떻게 보강할 생각인가.


부상만 없다면 현재 멤버만으로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결국은 내가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얼마나 던질 수 있는지를 항상 체크해서 무리시키지 않을 방침이다. 그것만 지켜진다면 부상으로 낙마하는 일은 절반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실 두산은 김경문 감독의 지도 아래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코치로 함께 일하면서 늘 쌓는 성과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대로 이를 넘겨받은 건 어떻게 보면 복이다. 팀의 색깔을 무작정 바꿀 생각은 없다. 지금 선수단에 가장 필요한 건 강한 정신력과 정정당당한 플레이다. 공정하고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통해 조금씩 나의 야구 색깔을 펼쳐 보이겠다.


[피플+]김진욱 감독 “두산, 우승으로 이끌겠다”(인터뷰)


스투 팬들이 당신에게 어떤 점을 기대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팬을 위한 야구 아니겠나(웃음).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감독이 야구장에서 해야 하는 주 업무는 팬 관리다. 보다 많은 관중이 구장을 찾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래서 내년 목표는 두 가지다. 구단의 통합 우승과 관객 동원 1위다. 물론 팀 성적이 좋으면 후자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스투 팬을 위한 야구를 위해 선수들에게 따로 주문한 것이 있다면.


얼마 전 미팅에서 “감독이 스타가 되는 야구는 하지 않겠다. 너희들이 스타가 되어라”라고 말했다. 이제는 선수들도 팬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시대다. 그래서 강조했다. “거울을 보고 승리의 포즈나 제스처를 연습해라. 그리고 그것을 그라운드에서 드러내기 위해 기량을 늘려라”라고.


스투 이미 두산은 파이팅 넘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듯한데.


그래서 이를 더욱 이어나가야 한다. 팬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요소가 여느 구단보다 많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자극하고 싸움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선수들이 스타가 되도록 도와줄 것이다.


스투 프로구단의 지휘봉을 처음 쥐었다. 구단에서 당신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처음 선임됐을 때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나 역시도 그러했을 정도니까. 구단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놓고 한참 고민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선수들과 어우러지는 융화였다. 분위기 쇄신이 아니다. 선수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최상의 성적을 이끌어내는 것이 키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스투 이미 선수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런가(웃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내년 더 강해진 두산을 선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지켜봐 달라.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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