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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1. 직장인 박모(43)씨는 지난 2008년 3년 거치 5년 원리금 상환조건으로 2억원의 대출을 받아 4억짜리 아파트를 구입했다. 현재 맞벌이를 하고 있어 한달 월수입은 520만원. 그러나 3년간 이자만 110만원 내다가 올해부터 원리금으로 매월 370만원씩 상환중이다. 아파트 값은 5000만원 떨어졌다.


#2. 전업 주부 강모(35)씨는 전세값이 한창 치솟던 지난 7월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기존 집주인과 월세 전환으로 계약을 했다. 보증금 4000만원에 월임대료 85만원씩을 내고 있다. 월수입 300만원 가운데 아이 교육비와 식비, 각종 공과금을 제외하고 나면 저축하기도 빠듯하다. 대출을 받아 작은 아파트라도 살까 고민이지만 집값이 더 떨어질 경우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어 차라리 렌트푸어로 있겠다는 생각이다.

집을 가졌으나 매달 이자를 내야 하는 사람이나 월세로 매달 수입의 일정 부분을 내야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한해 가계대출 이자부담이 50조원을 넘어서면서 가계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렌트푸어란 하우스푸어에 빗댄 말로 치솟는 주택 임대비용을 감당하는데 소득의 상당액을 지출해 저축 여력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450조원이며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3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역대 최대규모다. 대출금리도 크게 올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01%로 4개월 연속 오르며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례로 300조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이자만 갚는 거치기간의 대출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84%에 이른다. 이자에다 원금을 분할상환해야 하는 2~3년 뒤부터는 박씨같은 하우스푸어가 급증할 수 있다.

◆이자 부담에 집 보유 조차 버거워=집을 살때 보통 은행 대출을 끼고 장만하기 때문에 이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집값이 올라주기라도 하면 다행이나 지난 1년간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0.5%에 불과하다. 1억원을 대출 했을 경우 매달 내야 하는 이자만 50만원이라 쳤을 때 집값은 이를 뒷받침 못하고 있는 것. 용인에서 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마련한 김모(45)씨는 "겉으로는 번듯한 집을 소유하고 있으나 대출금과 이자를 빼고 나면 생활비가 빠듯하다"며 "최근엔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생활비로 써야 하는 것 아닌가를 심각하게 고민한 적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의 자료를 분석한 '하우스푸어의 구조적 특성' 에서는 하우스푸어를 주택 한 채만을 보유하고 ▲거주주택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고 있으며 ▲원리금 상환으로 생계에 부담을 느끼고 ▲실제로 가계지출을 줄이고 있으며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비중이 10% 이상인 가구로 정의했다. 이에 따라 추산한 결과, 전국 108.4만 가구, 374.4만명이 하우스푸어다. 이는 전체 주택보유가구의 10.1%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지난 1년 사이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가 30조원 가까이 늘어났고 지금도 계속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가 체감하는 대출부담 수준은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지방의 주택가격 오름세가 지속된다면 향후 지방 가계대출의 부실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월세전환 앞으로 더 확대=지난달 25일 기획재정부는 전국의 주택임대차계약 중 월세비중 가운데 신규 계약 기준으로 5월말 45.8%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43.3%와 비교해 5개월만에 2.5%포인트가 늘은 것. 서울의 월세비중은 지난해 말 39.3%에서 5개월 사이에 41.4%로 증가했고 광역시의 5월 월세비중은 50.6%로 이미 전세비중을 추월했다. 광역시를 뺀 기타 지방권 월세비중도 지난해 52.0%로 이미 절반을 넘었고 지난 5월 53.5%로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재정부 관계자는 "주택가격 안정 기대로 인한 매매수요의 임대수요 전환 때문"이라며 "전세공급이 월세공급으로 급전환하는 추세"라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월세 전환이 증가하면서 최근에는 근로자 한달 급여에 해당하는 월셋집도 속출하고 있다. 11월 월세계약이 체결된 잠실엘스 전용 84㎡는 보증금 1억원에 월임대료가 무려 210만원이다. 보증금이 낮은 경우 400만원까지도 육박한다. 국토해양부가 조사한 최근 1년 간 수도권 월셋값 상승률은 3.6%로 렌트푸어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다소 전셋값이 주춤해지고 있지만 향후 입주물량이 많지 않아 전셋값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이로 인해 월세값이 더 오르고 월세입자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전문가 "대내외적 불안 줄여야"=내년에 가계대출이 더 늘어나 900조원을 돌파하고 대출이자마저 높아질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의원은 "수도권과 지방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신중한 정책금리를 펼쳐야 한다"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시장에 거래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 역시 "금융불안과 입주량 급감 등 주택시장이 위축될 만한 요인이 많다"며 "내년 총선 등으로 기대심리가 일부 보일 수도 있겠으나 우선적으로 대내외적 불안감을 없애야 부동산 시장의 소비 심리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매매시장보다 전월세 시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팀장은 "하우스푸어보다 렌트푸어가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현재 매매시장은 거품이 해소되고 정상화로 가는 단계이나 물가가 올라가면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게 될 경우 서민들의 삶이 더욱 고단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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