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 창업 1000 프로젝트' 경험자 성공 스토리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이것이었다. '마중물'.
'지리산'의 저자 고(故) 이병주는 '행복어 사전'에서 이렇게 썼다. '깊은 샘에서 펌프로 물을 퍼 올리려면 한 바가지쯤의 마중물이 필요한 것'이라고. 청년 실업률(2011년 5월 기준)이 7%대에 머무는 지금, 이 한 바가지의 마중물로 희망을 엿본 사람이 여기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회사 '블루피시 시스템'의 대표 성경환씨가 그 주인공이다. 성씨는 땡전 한 푼 없이 새로운 사업을 일궈낸 '청년 창업자'다. 그는 대학 친구와 후배 몇 명으로 꾸린 소기업을 세워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의 국내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지원을 따냈다. 지난 1월엔 국내 업체 가운데 최초로 윈도우폰 7 마켓플레이스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 청년 창업자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돼준 건 서울시가 2009년 시작한 '청년 창업 1000 프로젝트'다. 20~39세 창업자에게 사무실과 개발비 등을 지원해주는 '청년 창업 1000 프로젝트'는 성씨에게 마중물과도 같았다.
'청년 창업 1000 프로젝트'는 그에게 창업을 할 수 있는 자본금을 줬고 창업 관련 교육까지 해주면서 성공의 발판이 돼줬다. 이 시대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아닐까. 이 책의 책장을 넘겨가면서 마중물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쳐 '청년 창업 1000 프로젝트'에 선발된 예비 창업자들은 1인당 10㎡ 내외의 창업 공간을 제공 받는다. 회의실과 작업실, 점식 식사를 지원 받는 것은 물론 창업 추진 실적에 따라 월 70~100만원에 이르는 창업 활동비까지도 받을 수 있다.
이 프로젝트가 청년 창업자들에게 주는 혜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업자 등록을 한 뒤엔 3000만원 한도 안에서 신용 보증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다양한 창업 관련 교육과 마케팅 관련 지원도 마련돼 있다.
'꿈을 주는 청년 가게'엔 눈길을 사로잡는 그래픽도, 그 어떤 구체적인 수치도 없다. 대신 청년 창업자들에게서 엿볼 수 있는 꿈과 열정이 있다. 성씨가 이를 전하는 대표 주자다. 그는 졸업반이던 때 남들과 똑같은 고민을 했지만 전혀 다른 결론을 냈다. 취업이 아닌 창업을 선택한 것이다.
성씨가 창업을 하려 제일 먼저 한 일은 역설적이지만 취업이었다. 창업을 위한 여러 가지 지식을 얻기 위해서였다. 성씨는 경영과 회계, 관리, 영업 등 창업에 필요한 것들을 배우려 회사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기도 했다. 회사일과 창업 준비를 동시에 하던 그는 2009년 2월 회사를 차렸고, 창업 3년 만에 수억원 대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일궈냈다.
8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꼼꼼하게 창업을 준비한 것도 성공 요인이었지만, 가장 큰 힘이 된 건 '청년 창업 1000 프로젝트'였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인 만큼 처음에 쏟아 부어야 하는 돈이 만만치 않았다. 사무실을 계약하고 초기 한 달 동안에만 이미 5000만원이 들어갔다. 소프트웨어 비용 등까지 합해 성씨에게 필요한 돈은 억 단위에 달했다.
이 때 성씨에게 희망을 준 건 '청년 창업 1000 프로젝트' 합격 소식이었다. 돈을 지원받는 것을 넘어 창업이라는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그는 많은 것을 더 배우게 됐다. 성씨는 그렇게 당당히 청년 창업가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올해까지 '청년 창업 1000 프로젝트'로 성씨와 같은 지원을 받은 청년 창업자는 모두 3023명이다. 이들 3023 명 외에 더 많은 사람들이 마중물의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이 책이 하고자 하는 얘기가 아닐까 싶다.
꿈을 주는 청년 가게/ 전수영 지음/ 머니플러스/ 1만3000원
성정은 기자 je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