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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리포트에 '팬티 산 이야기' 쓴 애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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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욱 KB투자證 이사의 '에필로그' 화제

투자 리포트에 '팬티 산 이야기' 쓴 애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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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솔 기자]#퇴근길 마을 버스 정류장에 땡처리 할인매장이 열렸습니다. 양말하고 재미있는 모양의 속옷을 세일하기에 엄청 많이 샀습니다. 아줌마들 틈에서 창피를 무릅쓰고. 그런데 집에 와서 포장지를 뜯어봤더니 정가표가 그냥 그 가격인 겁니다. '젠장'입니다. 그래도 허생원은 남자니까 세상물정 몰라 속았다지만, 허생원 옆에서 정신없이 싸우듯 물건을 챙기던 아줌마들은 뭔지…. 잠깐 속은 느낌이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증시를 보면 하루 만에 전세계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사라진 느낌입니다. 다만 적정가격에 대한 판단은 한결같이 고민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땡처리 물건을 정상가격에 사는 우를 범하지 않는 것도 위험회피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마음의 청정을 통해 최상의 수익을 기원합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주식시장, 그 전선(戰線)에서 아침을 맞는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직원들을 미소 짓게 하는 남자가 있다. 일상에서 벌어졌던 소소한 일들을 '에필로그'라는 형식으로 적어 본인이 작성한 기업 분석 리포트에 첨부해 온 허문욱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이사·사진)가 그 주인공.


그의 단상에는 퇴근길 풍경부터 아내와의 다툼, 두 자녀와의 해프닝, 집에서 키우는 커다란 개 이야기까지 가감 없이 담겨 마치 하나의 시트콤을 연상시킨다. 애널리스트로서 그가 쓴 리포트를 이메일로 받아 보는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만 1200여명. 허 이사와 함께 울고 웃는 애독자들이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한 그가 전공을 살려 에필로그를 적어온 지 벌써 13년째다. 애널리스트 초년병이던 시절, 어눌한 말투와 평범한 외모 탓에 펀드매니저나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주목을 못 받는다 싶어 함께 적어 보내기 시작한 글이 이제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직장상사에 대한 뒷얘기와 분석 대상 기업에 대한 못 다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던 에필로그는 이제 중학생 딸, 초등학생 아들, 그리고 만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아내와의 이야기로까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 할 부작용(?)도 종종 생긴다. 허 이사는 “건설업종 담당 애널리스트인 내게 관련 종목 이슈나 투자전망을 묻기 보다는 에필로그에 언급됐던 아내의 안부나 강아지의 동향을 더 적극적으로 물어보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웃었다.


하루 5시간의 수면과 주말의 휴식도 보장받기 어려운 바쁜 일상. 에필로그에 담을 소재도 다 떨어졌다는 허 이사는 “이제부터 RA(보조 애널리스트) 관찰기와 같은 이야기를 담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의 주변인들은 긴장하고 볼 일이다.




이솔 기자 pinetree19@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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