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장기간 지속된 침체에 건설업계가 본격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사업부진과 일감부족 등으로 주택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조직 재정비를 통한 인원 감축에 나선 것이다. 특히 공공수주와 주택사업 부문의 비중은 줄이고 해외건설과 개발사업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견사 뿐만 아니라 대형사들도 연말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거나 받을 계획이다. 금호건설이 지난달 21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근속연수 1년이상 정직원 등 모든 직원이 대상으로 근속연수에 따라 퇴직 위로금을 지급키로 한 것. 대우건설도 임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계획하고 있다. 상반기 주택사업 비중을 축소시켰던 현대건설은 연말 대규모 인사를 예고하고 있다.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LIG건설은 임원들에게 사직서를 받은 후 재신임 절차에 들어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매년 의례적으로 해오던 구조조정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말이 좋아 희망퇴직이지 한 임원의 경우 전혀 대상이 아니었는데 막판에 정리해고를 당해 굉장히 허탈해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같은 인력감축의 조짐은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부터다. 4대강 본류사업 종료이후 공공공사 발주도 줄어들어 인력 현장 배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견업체 H사의 경우 4대강 현장에서 돌아온 인력들이 대체 현장으로 재배치 되지 않아 내부적으로 인력 감축설이 돌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신규 현장이 전무한 상태에서 현장 인원들이 내부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좌불안석"이라며 "해외현장 파견에 대한 이야기가 돌고 있어 경쟁이 상당히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대형사들은 국내 현장인력은 축소시키는 반면 수주가 급증한 해외 현장 인력은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설경영협회가 발표한 '3분기 경영 실적 자료'에서 31개 대형건설사의 국내 현장 인력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올해 2 만620명으로 8.9%나 급감했다. 이에 비해 해외 현장 인력은 지난해 3952명에서 올해 3분기 현재 5128명으로 29.8%나 급증했다.
한건협 관계자는 "국내 건설 및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하면서 고용시장 경색이 심화됐다"며 "반면 해외쪽의 원전과 플랜트 전문인력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례로 해외수주가 활발해지면서 일부에서는 국내 업체들간의 과도한 인력 스카웃 경쟁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D사 관계자는 "국내 인력은 줄이면서 해외 인력 확충을 위해 퇴사 직원 가운데 해외 현장 경험이 있는 사람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겨울 바람보다 매서운 건설업계의 인력 감축에 대해 더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건설경기가 과거처럼 호황을 누리기 어려운 구조에서 해외건설과 함께 설계, 주택관리 및 유지보수, 공간활용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사업으로의 전환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인력 구조조정 및 사옥 매각 등의 자구노력은 한 때가 아닌 상시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내외적 시장 상황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구조조정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진처럼 빠른 시기에 워크아웃을 졸업하는 회사가 나올 수 있도록 혹은 흑자도산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신속한 대응력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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