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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산책]안철수-박근혜, 백곰-암사자의 싸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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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산책]안철수-박근혜, 백곰-암사자의 싸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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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 있는 분들과 식사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금융 이야기만 할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다 입증된 사실이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이 딱 그런 케이스다.
우리는 저녁 7시에 만났는데, 구성원은 현직 기자가 네 명, 그리고 금융 종사자가 네 분이었다.
그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권위 있는 학자가 세 명이었다.
나머지 한 명은 언론계 선배였다. 그는 경제기자를 한 20년 한 뒤 논설위원을 거쳐 지금은 금융계에서 일하고 있다.(한국은행과 옛 재정경제원 등 금융ㆍ경제정책 부서를 두루 거친 금융의 베테랑이다)

일행 가운데 몇은 구면이었다.(그러니까 서로 처음 만난 이들도 꽤 있었던 것이다)


명함을 교환하고(초면도 있었으니까) 자리에 앉고(으레 그렇듯 금융계와 언론계 사이에서 서로 상석에 앉으시라는 실랑이가 잠깐 있었다) 음식이 나왔다.
뭐 여기까지는 특별할 게 하나도 없다.

자, 그럼 이제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그냥 나오는 음식에 코 박고 먹기만 해야 하나?(왜냐면 "밥이나 먹자"고 만난 자리니까)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당초 만남의 목적을 잊은 채 곧 '대화'에 빠져들었다.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다.


"어, 근데 ㅈ차장님은 옛날 영화배우 ○○를 똑 닮았네요. 혹시 형제 아닌가 몰라."(금융계 인사)
"아닌데…."(언론계 ㅈ차장)
"집에 가서 부모님께 혹 과거를 캐물어야 하는 게 아닐까. 따로따로 만나서…."
"막장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셨군요."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낄낄거리는데, 일행 중 하나가 스마트폰을 치켜들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 찾았다. 이 사람 말하는 거죠. 정말 빼닮았네. 근데 이름이 ○○이 아니고 ××이네요."


일행은 잠시 먹는 것도 잊은 채 스마트폰을 돌려보면서 '신의 섭리' 혹은 '자연의 신비'에 경탄했다. 그쯤에서 화제는 운명으로 흘렀고, 다시 사주와 팔자로 확산됐다.


아마, 그때쯤일 것이다.
일행 한 분이 박근혜와 안철수 쪽으로 말머리를 돌렸다.(비로소 신의 영역에서 인간의 영역으로, 그러니까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셈인데, 명함을 나눈 지 1시간쯤 지나서였다)
화두가 하늘에서 땅으로 수직낙하한 건 물론 아니다. 쿠션이 있었는데 하늘과 땅을 잇는 '사주명리학자' 또는 '방외거사' 이야기가 잠깐 있었다.(대화에도 안전장치가 필요한 법, 이걸 무시하면 불신과 반목이 싹트기 마련이다)


"조용헌이라는 분 아시죠. 책도 여러 권 내고 신문에 칼럼도 쓰고. 그 양반 강연을 들었는데, 박근혜 전 대표와 안철수 원장의 관상에 대해 아주 재밌는 얘기를 하더군요."


안 원장은 아랫입술이 위보다 약간 나온 형국인데, 이는 위장이 아주 튼튼하다는 증거라는 것. 위가 발달돼 있다는 건 주변의 심장이나 폐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 이런 경우 체질적으로 겁이 많다는 것. 다시 말하면 상당히 신중하다는 것. 동물에 비유하면 백곰에 해당된다는 것.(겁이 많은 게 왜 백곰과 연결되는지 그 논리의 사슬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면 그 대목은 건너뛴 건지도 모르겠다. '소폭(소주+맥주)'이 벌써 몇 순배 돈 탓에 서로가 서로에게 아주 관대해졌고 약간의 논리적 비약은 눈감았을 가능성이 높다)


"안이 백곰이라면 박은 사자라고 하더군요. 밀림의 왕 암사자."


박 전 대표가 어떤 연유로 암사자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까먹었다.(어쩌면 그 대목 역시 건너뛰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내년 대선은 자칫 백곰과 암사자의 싸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인데, 만약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요?"


갑작스런 질문에 일행은 모두 눈만 껌벅거릴 뿐이었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 박종인의 당신과 함께 하는 충무로산책 보기


박종인 경제담당 부국장 겸 금융부장 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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