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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산책]'외환'에서 '하나'를 바라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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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산책]'외환'에서 '하나'를 바라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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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전 어느날 과천에 있는 재무부 은행과에 50대 은행 임원이 찾아왔다.
그는 과장을 만나고 싶어했으나, 과장은 그를 피했다. 그 은행이 뭔가 법을 어겼거나 업무 과정에서 관의 눈 밖에 난 탓이리라.
"과장님을 꼭 만나야겠다"거니 "그냥 돌아가시라"거니 껄끄러운 실랑이가 오고갔다. 그러던 중 갑자기 그 임원은 사무실 문 앞에서 구두를 벗는 게 아닌가.
그리고 양말만 신은 채 성큼성큼 사무실로 걸어 들어갔다.
면담을 저지하던 공무원들은 그 기세에 눌린 탓인지, 어이가 없었던지 그를 막지 못했다. 멍하니 바라보는 직원들을 따돌린 그 임원은 13살이나 어린 과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조직을 위한 선처를 호소했다.(그는 나중에 그 은행의 은행장이 되었다.)


10여년전 어느날 50대 후반 은행장은 해외출장중이었다.
그가 서울을 비운 사이 일이 터졌다. 군 수사당국이 병역비리 사건의 전말을 발표한 것이다. 발표 자료에는 그 은행장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었고 언론사 기자들은 그 은행장을 만나 해명을 듣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 은행장은 출장일정이 연기됐다며 귀국을 늦췄다.
그 사이 그 은행의 임원들이 각 언론사를 돌며 조직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그 임원들은 나중에 그 은행의 은행장이 되었다.)


신한과 하나의 이야기다.
철지난 에피소드 두 건을 새삼 들춰내는 건 은행의 조직문화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왜 조흥ㆍ한일ㆍ제일ㆍ상업ㆍ서울은행은 간판을 내리고 신한과 하나가 대한민국 은행의 간판이 된 것일까?  
왜 소위 '조한제상서'로 불리던 '선발' 5개 시중은행은 역사 속에 이름을 묻고 '후발' 2개 은행은 지금 새 역사를 써가고 있는 것일까?

조직에는 통상 두 개의 힘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밀어내는 힘'과 '끌어들이는 힘'이다.


남편(또는 아내, 아이들)을 밀어내는 가정과 끌어들이는 가정.
국민을 밀어내는 국가와 끌어들이는 국가.
직원을 밀어내는 은행(또는 기업)과 끌어들이는 은행.
좁혀보면 부원을 밀어내는 부와 끌어들이는 부.(또는 과)


아마 신한과 하나의 임원들이 조직이 아니라 자신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선처를 호소하고 다녔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상대를 끌어들이기 보다 밀어냈을 것이다.


크게 볼 때 연봉, 복리후생 등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쪽이라면 조직문화는 밀어내는 힘으로 작용할 때가 적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사람에 따라(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조건에 끌려 들어갔다가 이런저런 갈등에 밀려 나오는 식이다.


그럼 왜 그 은행임원들은 싫은 소리를 하기 위해 과천으로 각 언론사로 돌아다닌 것일까?
그 힘은 무엇일까?


혹 주인의식이 그 답이 아닐까.
상황을 주도하고자 하는 열정.
끌려가거나 밀려나지 않도록 나를 잡아주는, 내 안의 힘.
때론 조금씩 흔들릴지라도 다시 그 자리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그 힘.
귀찮고 힘든 일까지 열정으로 녹여내는 그 힘이 있다면 설령 CEO가 아니어도 무방한 게 아닐까.
오너는 아니어도 '주인'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시아경제신문 편집국에서 출발해서 을지로 3가를 지나 하나은행 본점이 있는 을지로 1가 쪽으로 걷다보면 을지로 2가 쯤에서 은행을 만나게 된다. 외환은행 본점이다.


'맨 파워'가 은행권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은행인데, 그 앞 보도에서 건너편에 조그맣게 보이는 하나은행 본점을 바라보고 있자니 '조직문화'와 '주인의식'이 생각났다.


을지로 2가에 있는 이 은행을 을지로 1가에 있는 저 은행이 '끌어당기는 힘'은 무엇일까 궁금해진 것이다.


은행도 주식회사니까 돈내고 주식을 사면 주인이 바뀌는 것이지만 그 힘이 단지 돈만은 아닌 거 같아서 말이다.


☞ 박종인의 당신과 함께 하는 충무로산책 보기






박종인 부장 ai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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