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세계 제2의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업체인 중국 레노보를 창업한 류촨즈(柳傳志·67·사진)가 지난 2일(현지시간) 회장직을 양위안칭(楊元慶) 최고경영자(CEO)에게 물려주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난다고 발표한 뒤 레노보 모기업 레전드 홀딩스(聯想控股有限公司)의 기업공개(IPO)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여 년 사이 레전드는 레노보,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 디지털 차이나, 베이징(北京) 소재 부동산 개발업체 레이컴, 운용자금이 46억 달러(약 5조3000억 원)에 이르는 투자업체 호니 캐피털, 운용자금 20억 달러인 또 다른 투자업체 레전드 캐피털을 분사했다.
류는 "1984년 중국과학원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레전드가 지금까지 방대한 경영기법과 노하우를 축적해왔다"며 "레전드가 오는 2014년 홍콩 증시에서 IPO를 단행하면 새로운 현금으로 새로운 투자 단계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미국의 휼렛패커드(HP)와 대만의 에이서 같은 경쟁 기업들이 경영난에 허덕이는 사이 레노보는 약진을 거듭했다. 지난 4~9월 레노보의 매출은 76% 늘어 137억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익도 76% 증가해 1억44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지난 1년 사이 홍콩 증시의 항셍지수가 17% 떨어진 반면 홍콩 증시에 상장된 레노보의 주식 가치는 5% 올랐다.
류는 최근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와 가진 회견에서 "레전드의 차기 전략 투자분야는 농업"이라며 "중국의 소비 관련 부문에 엄청난 기회가 널려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외투자에 대해서는 비교적 조심스럽다. 그는 "레전드가 무엇을 하든 중국 내 사업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호니 캐피털이 외국인 투자자와 손잡고 있지만 투자는 중국에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레전드의 IPO가 단행될 홍콩 시장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이다. 류는 이와 관련해 "순익 성장률을 높게 유지해 홍콩의 투자자들에게 파고 들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上海) 태생인 류는 1966년 중국인민해방군 시안군사전신공정학원(西安軍事電訊工程學院·시안전자과학기술 대학의 전신)을 졸업한 뒤 쓰촨성(四川省) 청두(成都)로 내려가 국방위원회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문화대혁명 때 후난성(湖南省)의 농장으로 쫓겨났다. 이후 광둥성(廣東省) 농장까지 전전하다 개혁·개방 정책으로 1979년 중국과학원 컴퓨터기술연구소에 배치됐다.
류가 10명의 연구소 동료와 함께 레노보를 창업한 것은 1984년이다. 당시 그가 펀딩으로 마련한 자금은 20만 위안이다. 그는 사업 초기에 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OEM)으로 PC를 생산하다 1990년 레노보라는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레노보는 중국의 대표적인 PC 제조업체로 우뚝 서게 됐다.
류는 2005년 IBM의 PC 사업부를 인수하고 휴대용 인터넷 단말기 부문에 진출하는 등 레노보의 사업 다각화를 적극 밀어붙였다.
그는 2005년 회장직을 양에게 넘겨줬으나 2007년 후반 금융위기로 글로벌 경기가 부진에 빠지면서 2009년 회장으로 복귀한 바 있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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